요즘 한국 야구팬들은 일본 야구 국가대표팀 약 올리기에 신이 났다. 엄밀히 말하면 일본 대표타자 이치로 약 올리기다.
지난 9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 1, 2위 결정전에서 한국은 일본에 1대 0 완봉승을 거뒀다. 한국 선발투수 봉중근은 6회 1사까지 일본 타선을 3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아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특히 봉중근은 이치로와의 3차례 대결을 모두 내야땅볼로 처리했다. 이를 한 네티즌이 '봉중근 의사 이치로 저격사건'이라고 패러디한 것이 인터넷에서 급격하게 퍼지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을 빗댄 것으로 초교 교과서에 나올 법한 삽화까지 그려져 있다.
이치로는 일본 리그에서 9년 동안 수위타자 7회, MVP 3회를 기록한 최고 타자다. 2001년 메이저 리그로 옮겨 첫해에 수위타자 MVP 도루왕 신인왕을 휩쓸었다. 8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쳐냈고, 2004년에는 262안타로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한마디로 얄밉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이다.
그러나 한국팬에게는 미운털이 톡톡히 박혀 있다. 그의 '입' 때문이다. 2006년 1회 WBC 대회 전에 이치로는 "한국야구는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일본야구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한국팬들의 분노를 불렀다. 네티즌들은 '입치료'가 필요하다며 빈정거렸다.
이 말은 한국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하는 자극제가 돼 일본은 한국에 2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당시 한국에 지고 난 뒤 TV화면에는 이치로가 화를 내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그런 이치로도 올해는 입조심을 많이 했다. 1차전을 콜드게임으로 이겼을 때는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는 종이 한 장'이라며 말을 아꼈다. 2차전에서 완패한 뒤에는 '전승할 생각이었는데 져서 화가 난다'고 했을 뿐 돌출발언은 자제했다.
이번 대회 전에 이치로는 하라 감독과 '이겨도 까불며 떠들지 않고, 기쁜 얼굴도 보이지 말자'고 약속했다 한다. 말이 약속이지 상대의 결속력을 다지게 하는 자극적인 말을 하지 말라는 이치로의 입에 대한 감독의 경고였을 것이다.
하라 감독은 太公(태공)이 말한 '傷人之語 還是自傷 含血噴人 先汚其口'(상인지어 환시자상 함혈분인 선오기구:남을 해치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치니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자기 입이 더러워진다)의 뜻을 잘 알고 있었나 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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