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선 안돼? 선입견 바꾸는 '도란'

입력 2009-03-11 09:42:18

▲ 도란 캐피탈의 대구에 대한 투자 실험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란이 인수한 옛 밀리오레 건물도 세계적인 호텔체인 노보텔이 들어서고 속속 임대가 나가는 실정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 도란 캐피탈의 대구에 대한 투자 실험이 일정 부분 성과를 내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란이 인수한 옛 밀리오레 건물도 세계적인 호텔체인 노보텔이 들어서고 속속 임대가 나가는 실정이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중구 한복판의 국채보상로변 옛 밀리오레를 인수, 호텔 등 중심상업시설로 탈바꿈시킨 투자금융회사 '도란 캐피탈 파트너스'의 실험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대구는 대형빌딩 임대업이 안 된다' '대구는 호텔업이 되지 않는다' '대구 도심은 특히 상권이 죽어서 절대 건물이 살아날 수 없다' 는 등 '대구에 대한 선입견'을 보란듯 바꿔나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투자했기에?

도란 캐피탈 파트너스는 영업부진으로 문을 닫은 옛 밀리오레를 2007년 3월 인수했다. 도란 캐피탈은 밀리오레뿐만 아니라 대구 수성구 중동 옛 대동은행 건물도 매입, 대구파이낸스센터로 바꿔놨고 대구 아울렛 시장을 개척했던 달서구의 모다아울렛 지분까지 사들였다.

대구 투자를 돕고 있는 에이전시에 따르면 도란 측은 3억달러 정도를 대구 부동산에 투자했는데, 현재의 원/달러 환율 1천500원을 고려하면 4천500억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셈이다.

엄청난 돈을 대구에 쏟아넣은 도란 측을 보면서 대구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리한 투자라는 것이다.

◆투자성과는?

도란 캐피탈 파트너스는 투자를 개시한 지 2년 만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대구씨티센터로 이름이 바뀐 옛 밀리오레 건물에는 세계적 호텔 체인 노보텔이 들어왔다. 이 호텔은 '대구는 호텔의 주 수입원인 객실 장사가 안 된다'는 선입관을 깨뜨려놨다. 호텔 측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투숙이 늘면서 호텔 객실 점유율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대구노보텔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호텔 브랜드를 먼저 찾은 뒤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목적지를 예약하는데 대구노보텔은 이러한 외국인들의 호텔 선택 기준에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영업을 시작해 보니 대구에 비즈니스 목적으로 오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노보텔 측은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씨티센터는 오는 22일 노보텔 외에 예식장 '5월의 정원'이 문을 여는 것을 비롯해, 5층에 전문 병원가를 유치하는 등 임대율이 80%를 넘어섰다.

이와 함께 대구 수성구 중동 대구파이낸스센터(옛 대동은행 건물)도 임대율 100%를 기록 중이라고 도란 캐피탈 측은 밝혔다.

◆비결은 뭘까?

도란 캐피탈 측은 '장기 투자'를 내세우고 있다. 7년간 장기 투자하면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대구 투자 비관론'에 대해서도 주변 인구까지 감안할 때 300만명이 훨씬 넘는 인구를 가진 대구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도란 측은 밝히고 있다. 임대료를 비싸게 받으려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도 도란의 독특한 경영기법으로 알려져 있다.

도란 측의 대구 에이전시 신대호 이사는 "도란은 미국의 보스턴과 비슷한 모델로 대구를 생각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작한 사업이 충분히 가치를 안겨다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성과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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