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강미란 옮김/열림원 펴냄
마튜는 열다섯살이 될 때까지 한마디 말도 못했다. 부릉부릉 하면서 트럭을 흉내내는게 고작이다.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마튜의 몸은 흐느적거리는 헝겊 인형이다. 등은 늙은이처럼 아래로 계속 굽었다. 마튜는 수술을 받고 등을 곧게 편 채로 세상과 작별한다. 동생 토마는 그나마 똑똑하다. '아빠 어디가?' '감티기(감자튀김)' 두 마디나 한다. 토마의 몸도 점점 더 제 형을 닮아간다. 스무살이 넘은 토마는 등은 굽었고 점점 더 멍하니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장애아를 둔 부모는 죄인의 심정으로 평생을 산다. 아이의 고통을 대신해줄 수 없고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없다. 소설 '아빠 어디가?'는 부끄럽고 무섭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40여년간 숨겨온 작가 자신의 아들들에 대한 이야기다. 마튜와 토마는 정신지체 장애와 지체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이다.
작가는 두 아이의 성장 과정을 풀어내고 있지만 특별히 우울해하지 않는다. 남 모르는 혜택도 있다. 아이가 커서 문과에 보낼지 이과에 보낼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심각해질 수 있는 주제를 익살스런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절망끝 웃음이다. 210쪽, 1만2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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