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조작에 약자들만 희생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좌든 우든 태심한 독선주의를 그 공통 분모로 하고 있다. 논쟁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보다 반대쪽을 무조건 짓누르고 부정하려는 움직임들이 더욱 두드러진다. 희랍인들의 말대로 논쟁에서 진실이 태어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서로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논쟁 과정에서 건전한 시민사회가 태어난다. 그것만큼은 사실이다."-총체적, 다성적(多聲的) 역사를 위하여- 중에서
『길들이기와 편 가르기를 넘어』허동현'박노자 지음/푸른 역사 펴냄/359쪽/1만5천원
"현재 한국에서는 십자군의 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자 하여도 쉬운 접근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십자군이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했다는, 적어도 동기는 순수했을지 모른다는 둥, 독특한 역사 인식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 이미 당사자인 서구의 학자들도 십자군을 어리석은 행동으로 평가하고 있으며……"-기억은 약한 자의 마지막 무기이다- 중에서
『십자군 이야기』김태권 글'그림/길찾기 펴냄 /299쪽/9천800원
삶이 어려워지면 세상은 더욱 어수선해진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러하다. 눈앞에 닥친, 아니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금융 위기에 대한 총체적 대응 노력은 마다하고 마치 서로의 잘못을 드러내기에만 급급하다. 여기서 서로란 너무나 당연히 우리 역사를 길들이고 편을 갈라온 이들이다. 그들이 내뱉고 있는 말들과 행하고 있는 일들은 늘 국민을 위한 것이건만 이 나라 국민 대다수는 오히려 그들에 의해 고통받고 좌절하고 있다. 대화와 논쟁이 없는 사회는 불편하고 불행하다. 오로지 자신밖에 없는 사회는 결국 불신을 낳고 발전보다는 파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인식에서 허동현, 박노자 두 저자는 비록 정치적 지향은 서로 다르지만 논쟁을 통해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이 상대방에게는 어떻게 이해되는가에 대한 소통을 지향한다. 소통이 없는 사회에서 삶의 극단으로 내몰리고 희생양이 되는 것은 그 소통을 막은 자들이 아니라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이다. 아무런 방패막이도 없이 이 사회적 약자들은 역사의 기억 속에서 어처구니없게도 권력에 의해 조작되고 지워진다. 『십자군 이야기』는 바로 오늘날에도 자행되고 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역사의 진행형을 고발한다. 이라크 전쟁을 두고 '우리의 역사적 책임은 테러를 응징하고 악의 세계를 제거하는 것이다. '미국이 벌일 21세기 첫 전쟁은 십자군 전쟁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사탄과 벌이는 십자군 전쟁이다'는 부시와 '부시의 십자군 발언은 그 잔혹한 역사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십자군이 종교적 열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함을 보여주는 것이다'는 귄터 그라스는 세상을 길들이고 편을 가르려는 자들의 어리석음에 맞서 역사의 기억을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외침을 보여준다. 어린 싹들이 앞 다투어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을 맞으며 우리의 삶 속에 여전히 사람이 희망인가 묻고 싶다.
전태흥(여행작가'㈜미래티엔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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