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교의 일본어 源流 산책] '씨왔어'

입력 2009-03-11 06:00:00

기원전 4세기경, 가야족에 의해 벼농사가 일본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수렵으로 떠돌아다니며 그날그날을 살아가던 토착민들에게 있어서 농사로 안정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삶의 대변혁이었다. 수렵민족에서 농경민족으로, 원시민족에서 문화민족으로의 바뀌는 이 시기를 일본은 야요이시대라고 한다.

벼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씨'인데, 모국인 가야에서 씨가 도착했을 때 '씨왔어'란 말의 의미가 너무 커서, 이 말이 '행복'이란 뜻의 '시아와세'(幸福)가 되었다.

'쌀'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것만 보더라도, 볍씨를 갖고 도래한 가야족들을 원주민들이 얼마나 숭앙하고 존경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그러니 그들을 신으로 받들어 신사에 모신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처사가 아닐까? 일본 신사의 신들이 모두 도래 한인인 것은 이런 역사적인 이유에서다.

우리는 일본의 신사 하면 일제 강점기 때의 '신사참배 강요'라는 아픔 때문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만, 실은 그 신들이 전부 한국인이라는 걸 알면 조금은 유쾌하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그리워하다, 사모하다'라는 뜻의 '시다우'(慕う) 도 '씨다오'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쉽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쌀'은 고대 한국어로 '살'인데, 한국어의 '살찌다'도 '쌀'에서 유래된 것이고, 일본어의 '사치'(幸) 즉, '행복'이란 말도 이 '쌀'에서 나온 말이다.

'씨왔어'가 가져온 '시아와세'(幸福), '씨다오'가 만들어낸 '시다우'(慕う)는 현대를 사는 욕심 많은 우리들에게 삶의 행복은 그다지 높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만 같다.

너무 바쁘게 동분서주하며 자신을 잊고 사는 그대여!

간소한 의식주만 해결될 수 있다면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삶의 행복이 무엇인지 한번쯤 돌아보며 사는 것은 어떠할는지? 산새소리와 계곡물 소리를 들으면서 흐르는 구름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한가로운 여유 시간을 갖는 것도, 때로는 멋진 일이 아닐까?

'어리석은 자는 먼 데서 행복을 찾고 행복한 사람은 발 밑에서 행복을 키운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경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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