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인가, '환자의료비 100% 지급'이 바람직
해마다 3월만 되면 보험사가 연례 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보험료 인상' 얘기이다. 4월이 되면 보험료가 인상될 예정이니 이왕이면 3월 안에 들어야 가입자에겐 더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올해 3월도 어김없이 4월이면 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보장 축소까지 된다며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라는 독촉이 한창이다. 하지만 회계연도 마지막 달에 수입 보험료 증대를 통해 영업 성적표를 좋게 하기 위한 '상술'에 보험 가입자는 동요될 필요가 없다.
국회에는 실손 의료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일정 비율 이상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없도록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대표 발의)되어 있다. 이 법 통과 이후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는 무조건 환자부담 의료비 100%를 보험금으로 받지 못하게 되는 규제를 받게 된다.
실손 의료보험이란 환자가 의료기관에 낸 의료비를 보험사가 환불해 주는 보험으로 실손보장보험, 의료실비보험, 민영의료보험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총 의료비'가 발생한다. 총 의료비의 성격은 '국민건강보험부담', '법정본인부담', '비급여 대상' 의료비로 나뉜다. 즉, 환자가 내야 할 총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에서 내는 의료비를 빼고 나머지 법정 본인부담액과 비급여 대상 의료비를 실손 의료보험에서 지급한다.(실제 지급되는지는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해봐야 알 수 있고 가입할 때 예측할 수 없다.)
보험사로부터 환불받은 의료비는 환자의 '부수입'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기관에 부담했던 의료비를 상계하는 개념이므로 '환자의 이익'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보험업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환자의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는 실손 의료보험의 판매 확대에 따라 의료 이용자(보험가입자)의 의료 이용량에 대한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불안정성 심화가 우려되고 고령화 사회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하여 보험업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가당치도 않은 입법 취지이다. 실손 의료보험은 보험사 숫자대로 한 건씩 다 가입하여 보험료를 각각 내더라도 실제 보험금을 받을 때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낸 의료비 이상은 받을 수가 없다. 판매가 확대되면 보험사의 수입 보험료는 높아지겠지만,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의료기관에 내야할 의료비만 받는 것인데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이유가 있겠는가?
생명보험사가 개인을 상대로 실손 의료보험을 판매한 시점은 지난해 5월부터이다. 기존 실손 의료보험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손해보험사는 환자부담 의료비 100%를 지급한다고 했다. 그런데 생명보험사는 80%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가입자의 선택은 당연히 100%를 지급하는 조건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 시장을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시장을 확보해 주기 위하여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이다.
문제는 의료비를 100% 지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100% 이하로만 지급하는 상품만 판매한다고 하면, 환자는 나머지 환자부담 의료비를 개인 재산으로 내든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빌려서 내든지 해야 할 일이다. 공공보험과 영리보험에 가입하고도 개인이 혼자서 부담해야 할 '의료비'가 더 있다면 그건 완전한 보험이 되지 못한다.
총 의료비가 1억원이라면 60%는 국민건강보험에서 주고 40%는 손해보험사가 주던 것을 앞으로는 40% 의료비 중 80%만 지급해 주고 4천만원 중 800만원은 환자 혼자서 떠안아야 한다. 1회성에 그치지 않을 경우 환자 개인에겐 감당 못할 의료비가 될 일이다. 보험사의 시장 쟁탈전에 환자를 볼모로 삼아 환자의 선택권을 규제하기보다는 완전의료보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데,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은 보험사가 국민의 부담만 늘리고 보장은 축소하는 것을 반대한다. 국민의 희망 사항은 '완전의료보장'이다.
김 미 숙(보험소비자협회 대표)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