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중화지구

입력 2009-03-10 10:50:37

'白頭大幹(백두대간)'은 白頭山(백두산)에서 頭流山(두류산=지리산)까지 끊김 없이 이어 달리는 큰 산줄기다. 우리 내륙의 모든 산들은 그 산줄기나 거기서 갈라져 나간 작은 산줄기들에 솟아 있다. 그런 게 백두대간이다 보니 누가 들어도 무지무지 높으리라 상상하기 십상이고, 실제로도 대체로는 그렇다.

대간은 그 위세를 통해 무엇보다 그 동쪽의 낙동강과 서쪽의 다른 강들 수계를 갈라붙인다. 태백 이하 구간에서 그 서편 물들을 한강'금강'섬진강으로 나눠 흐르게 하면서 동편 모든 물은 낙동강으로 모이게 만드는 게 바로 백두대간인 것이다. 그러면서 대간은 道(도) 영역도 갈라붙여, 그 서편엔 강원'충북'전북, 그 동편엔 경상도를 나눠 분포시킨다. 우리 땅 모양을 가름해 우리 생활권역까지 구획해 온 게 백두대간이란 얘기이다.

하지만 이런 대간에도 道(도)의 경계 역할을 못하는 구간이 몇몇 있다. 경상도 마을들이 그걸 넘어 낙동강이 아닌 한강'금강 수계까지 진출한 경우가 있는 것이다. 봉화 춘양 우구치리, 영주 부석 남대리 등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과고, 아예 여러 읍'면을 산줄기 너머로 넘겨줄 만큼 대간이 道의 경계로서 더 맥을 못 추는 곳도 있다. 남원시 아영면'인월면'운봉읍'산내면은 전라도 땅이면서도 거의 통째로 낙동강 수계로 넘어와 있는 경우고, 상주시 화남'화서'화동'모서'모동 5개 면은 경상도 땅이면서도 금강 수계로 넘어가 있는 경우다.

이렇게 된 건 그 구간 대간이 너무 낮아져 생활권 구획자로서의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김천 황악산과 상주 속리산의 중간에 해당하는 상주 구간 경우 해발 높이가 겨우 300~400m에 불과하다. 그 위에 심지어 논까지 들어서 있을 정도여서 대간이란 느낌조차 들지 않을 때가 있는 것이다.

상주의 이 지구는 옛 중모현과 화령현에 속하던 땅이라 해서 상주 중에서도 특히 '중화지구'라는 구분된 이름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 이름이 의미를 가져온 데는 백두대간을 넘어가 있거나 그 위에 올라앉아 있는 땅이라는 또 다른 특징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곳 화동면 신촌리가 지난겨울 대규모 얼음 썰매장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다는 기사가 일주일 전 매일신문에 실렸다. 그 성공의 비결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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