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독도] 자연환경-식생②

입력 2009-03-10 08:48:13

▲ 씨방 부분이 잘린 참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독도 우체통 부근에서 경비대 대원들이 바람에 날린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씨방 부분이 잘린 참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독도 우체통 부근에서 경비대 대원들이 바람에 날린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 지난해 9월 동도 유류탱크 뒤에서 카메라에 잡힌 나팔꽃.
▲ 지난해 9월 동도 유류탱크 뒤에서 카메라에 잡힌 나팔꽃.

독도 참억새는 머리가 없다. 동도 경비대 막사 앞은 작은 참억새 군락이다. 독도 우체통과 '한국령' 표지석, 등대로 가는 계단, 국기게양대를 경계로 한 경사지 70여㎡에선 사계절 참억새가 바람에 흔들린다. 이들 참억새들은 가을에 접어들면서 씨방이 달린 끝부분이 잘려나간다.

참억새는 하얀 솜털부분이 있어 은빛으로 빛나야 비로소 카메라 앵글 안에서 참억새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머리가 잘린 참억새는 이미 참억새가 아니다. 참억새 머리는 경상북도의 용역을 의뢰받은 대학연구소에서 자른다.

독도의 참억새는 땅거죽을 황폐화시키고 다른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매년 10월이면 참억새 머리는 잘려나간다.

독도 식물은 1947년 한국산악회 독도답사단이 처음으로 조사 연구했다. 1952년에 수록한 '독도식물 채집기'에 총 36종의 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공식 보고했다. 이후 이뤄진 조사와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에는 총 26과 44속 46종 1아종 1변종으로 총 48분류군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경북대출판부 '독도의 자연' 인용, 2006년 환경부는 49종으로 보고)

독도의 대표적인 초본식물은 땅채송화와 개밀을 비롯해 해국, 술패랭이꽃, 초종용, 번행초, 갯장대, 갯까치수염, 도깨비쇠고비, 섬초롱꽃, 큰두루미꽃 등이다. 이들 식물들은 척박한 환경 아래서 뿌리 내리고 종족을 퍼뜨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땅채송화와 해국·왕김의털 따위가 식물의 '개척종(種)'으로서 절벽과 바위틈에 뿌리를 박아 토양이 안정되면, 다음 갯제비쑥이 밀고 들어오고, 뒤이어 개밀 등과 같은 벼과(科) 식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들 식물들은 자생종도 있지만 외부로부터 유입되어 세력을 확장한 것들도 많다.

특히 서도의 경우, 어업인숙소 반대편 물골 쪽 북사면에서는 독도 유일의 양치식물인 도깨비쇠고비가 대량 서식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1978년경 독도 녹화를 위해 토양보존 능력이 탁월하고 번식력이 강한 왕호장근을 인위적으로 옮겨 심은 이후 점차 세력이 확대되어 서도 북사면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왕호장근은 서도 일대의 식생을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독도의 귀화식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마디풀, 참소리쟁이, 명아주, 까마중, 방가지똥, 민들레, 닭의장풀, 비짜루 등 10여종을 넘고 있다. 학자들은 이들 귀화식물들은 독도를 드나드는 사람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도 종이 더 늘어 원식생(原植生) 보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외래종 식물의 귀화를 막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참억새 머리를 꺾는 경북도와 대학의 주장과 달리, 이곳 독도 사람들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참억새는 뿌리가 얕은 지표층에 얽혀 오히려 흙이 빗물에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고, 바람에 흙이 패어 나가는 것도 막아준다고 믿는다. 또 푸른색이 드문 독도에 하다못해 참억새 푸른빛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처음 땅이 열리고, 어떤 식물이 먼저 자리 잡고, 다음으로 생명력이 강한 어떤 것들이 자손을 번성시키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또 어떤 식물들이 예로부터 이 땅에 있었던 '토착식물'이며 어떤 것이 '귀화식물'인지도 잘 모른다. 그 토착식물과 귀화식물이 독도의 자연생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토착식물을 보호하고 귀화식물을 캐낸다고 과연 귀화식물의 싹이 잘리겠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여름 학계 보고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동도 유류탱크 뒤에는 자주색 나팔꽃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맑게 피어 있었다. 독도의 나팔꽃 서식 기록은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자연에 맡기던 것도 인공으로 조절하는 것이 '독도 고유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독도 관리가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은 없는지 식생을 통해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일이다.

전충진기자 cjje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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