請看千石鐘 천 석들이 종을 보게나!
非大구無聲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네.
爭似頭流山 어떻게 하면 두류산처럼,
天鳴猶不鳴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자신을 큰 종과 두류산에 비유하고 크게 쓰이길 바란 욕망도 없진 않지만, 그 해석이야말로 시의 의미를 축소시킨다. 그보다 두류산의 기상에 자신의 기개를 의탁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라는 산문적 해석은 그야말로 시의 고음을 깎아내고 저음을 숨겨버린 셈이다. 이 짧은 오언절구의 여러 높낮이가 어찌 즐겁지 않을까. 역동적인 이 시는 16세기의 시에서 훌쩍 21세기로 뛰어넘어와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그 매혹은 계속되는 정신의 반전에 있다. 커다란 종에서 두류산, 다시 하늘로 팽창해가는 정신의 부피는 결국 화자가 말하고픈 호연지기인 셈인데, 그것을 단순히 호연지기라 말하기엔 너무 크고 팽창하는 정신이다. 게다가 가장 높은 경지란 그 모든 것을 갈무리하고 숨기는데 있다는 지점에 이르면 숨이 막히도록 놀랍다. 아마도 그 부피는 치열함에 대한 부피일 수도 있고 다른 모든 것으로 해석 가능한 깊이이기도 할 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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