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정(33·여)씨는 태어난 지 3주 된 딸이 갑자기 무호흡 증상을 일으켜 깜짝 놀랐다. 30~50초씩 숨을 쉬지 않는 증상이 밤새도록 반복돼 아이를 깨우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입술도 새파랗게 변했다 다시 숨을 몰아쉬기를 반복한 것. 최씨는 결국 다음날 병원을 찾았고 며칠 간의 각종 검사 끝에 신생아 경련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입원 치료를 거쳐 지금은 약을 복용하며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언제 다시 증상이 나타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씨는 "신생아 집중치료실,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실을 옮겨다니며 검사 및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얼마 뒤 다시 똑같은 증상을 일으켜 입원하는 등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며 "일단 신생아 경련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곧 좋아질지 아님 계속 이어질지 몰라 너무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신생아 경련이라는 병이 있다. 다소 생소한 병명인데다 경련이라는 말 때문에 흔히 말하는 '경기' 정도로 이해하기 쉽지만 결코 만만하게 여길 병이 아니다. 신생아 경련은 뇌세포의 비정상적인 또는 동시다발적인 전기적 흥분 및 방전 때문에 의식이나 행동에 일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질환. 보통 정상 출생 직후부터 생후 4주 사이에 발생한다. 이 시기는 뇌 구조가 아직 성숙·발달하지 않아 신생아 경련을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취약한 때인데, 특히 출생 후 첫 주가 가장 위험하다. 증상이나 원인도 다양해 치료가 쉽지 않고, 위험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희귀병도 아니다. 출생아 1천명 당 약 3명 정도에서 나타날 정도로 많고 미숙아의 경우 빈도가 20~30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신생아 경련, 어떻게 알 수 있고 또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증상 나타나면 일단 의심을
신생아 경련은 소아나 성인의 경련과 달리 눈을 이리저리 비정상적으로 굴리기도 하고 입을 다시거나 무언가를 씹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또 노 젓듯이 팔을 흔들거나 자전거 타는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는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을 보이기도 한다. 몸이 경직되거나 신체의 한 부분 또는 여러 부분을 떠는 증상, 근육을 갑자기 움츠리는 형태의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간혹 심장 박동수나 혈압, 호흡 등에 변화가 나타나기도 하고, 드물게는 호흡을 하지 않는 무호흡이 유일한 증상인 경우도 있다. 경련은 보통 수초에서 1, 2분 정도로 짧게 나타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또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반복되기도 해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왜 발생하나
신생아 경련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예전엔 혈당이나 전해질 이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었지만 최근 출산 전후 뇌에 산소나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이 대표적인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저산소성 허혈성 뇌증의 경우 보통 출생 후 하루 이틀 사이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더욱 주의해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출산 때 뇌출혈이나 감염, 뇌졸중, 선천성 뇌 기형, 모체에 투여된 약물, 유전성 대사 질환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신생아 경련의 경우 가족력이나 심한 간질 형태의 하나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얼마나 위험하나
원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심한 뇌손상이 있는 경우나 전신성 강직을 보이는 경련, 뇌 기형이나 뇌파에서 심한 이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다. 이 경우엔 경련이 계속 나타날 수 있고, 뇌성마비, 발달 장애 및 정신지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동반되지 않은 일반적인 신생아 경련은 치료를 잘 받으면 완전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신생아가 경련으로 의심되는 이상한 행동을 반복할 땐 증상을 동영상으로 근접 촬영해 전문의와 상의하는 등 빨리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확인·치료 방법은
신생아가 이상한 행동을 계속 반복할 땐 우선 뇌파나 비디오 뇌파 검사 등을 통해 신생아 경련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경련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각종 혈액 검사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 뇌 컴퓨터 단층 촬영, 뇌 자기 공명영상 등과 같은 특수 촬영을 하기도 한다. 치료는 경련의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할 땐 페노바비탈, 페니토인, 벤조디아제핀 등의 항경련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치료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일반적인 간질 치료와 달리 가능한 짧은 기간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다. 때문에 입원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있을 경우 수년, 평생 약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이호준기자hoper@msnet.co.kr
도움말·권순학 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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