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8개 구·군을 대표하는 지역 축제가 불경기에 울고 웃고 있다. 수년 동안 준비해오던 축제가 돌연 취소되는가 하면 예산이 대폭 깎이는 등 불경기 여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반면 수성구 등 일부 '부자 동네'는 오히려 축제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경기 탓에…
대구 동구청은 올해 지난 2007년부터 지역 대표축제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온 '제1회 팔공산 허수아비 축제'를 당분간 '없었던 일'로 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열린 동구 당정협의회에서 불경기가 앞으로 1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축제를 시작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였기 때문. 이재만 동구청장도 당정협의회가 끝난 후 "그러잖아도 경기가 앞으로 1년간은 나쁠 것이라는 전망에 자문위원들과 축제 개최 여부를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동구 주민들은 "대구에 동구만 축제가 없어 올해 처음으로 하나 열린다고 잔뜩 기대했는데 허탈하다"고 했다. 한 주민은 "올해 10월 9일부터 3일 동안 금호강 둔치에서 50여종의 테마가 있는 '팔공산 허수아비 축제'를 연다고 홍보동영상까지 만들어 구민들에게 알려왔던 구청이 꼬리를 낮췄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에 앞서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은 "이런 불경기에 축제는 낭비다. 당분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에 구청장은 물론이고 지난해 예산 심사 때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축제를 열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며 5천만원의 예산을 배정했던 구의원들도 맞장구를 쳤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공무원은 "출장비도 받지 않고 2년 동안 전국에 이름난 축제를 찾아다니며 자료와 기본계획을 수집한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고 했다.
대구 남구청도 연례 축제인 제20회 '대덕제' 행사를 전격 취소하기로 6일 결정했다. 구청 측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을 감안, 지역축제 예산을 행정인턴 추가채용, 공공근로 인력 추가 선발, 실직자를 위한 특별지원 등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구 역시 지난 3일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헛돈 좀 쓰지 말자. 축제부터 없애야 한다. 지금 대구가 축제할 처지인가?"라고 한 말이 대덕제 취소에 결정타가 됐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한 공무원은 "이 의원의 발언이 축제 취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국회의원 말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달서구는 올해 예정된 축제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기로 했다. 올해 계획됐던 축제는 다문화축제, 평생학습축제, 달서구민의 날 대축제, 누리복지 축제 등 4개다. 다문화축제는 당초 4천만원이던 예산을 3천만원으로 줄였고, 하반기에 열릴 예정이던 평생학습축제 예산 역시 5천400만원에서 4천400만원으로 1천만원 삭감했다. 달서구민의 날 대축제와 누리복지 축제는 폐지하고 평생학습축제로 통합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절감한 축제 예산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달 25일 비슬산 참꽃제를 여는 달성군은 1억9천만원의 당초 예산에서 9천만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참꽃제를 크게, 화려하게 치르는 것은 사회분위기상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군은 절감한 9천만원을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관련 예산으로 돌려쓸 예정이다.
◆남의 나라 얘기…
대표적인 '부자 동네' 수성구는 불경기가 남의 나라 얘기다. 올해 7월 31일부터 3일 동안 수성못 일원에서 펼쳐질 '폭염 축제'가 더욱 커지고 화려해진다. 배정된 예산만 4억1천만원. 지난해 예산보다 9천만원을 더 증액했다.
구청 박춘수 문화체육과장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다른 지자체들이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시민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 폭염축제를 대구의 대표 축제로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는 더 많은 체험거리와 볼거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 축제는 지난해 3일 동안 5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구청은 집계했다.
서구도 올 5월 열리는 제17회 구민화합한마당축제 예산을 지난해보다 1천만원 많은 1억4천만원으로 책정했다. 또 지난해에는 열리지 못한 제6회 구민한마음건강달리기 대회도 올해는 3천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해 올 10월쯤 열기로 했다. 구청 관계자는 "아무리 경기가 나쁘다고 구민들에게 알린 축제나 행사 등을 취소해서야 되겠느냐"며 "지친 시민들에게 활기를 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구는 매년 5월 칠곡 관음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옻골축제'와 8월 한여름밤의 음악회, 10월 침산노을축제 등을 예년과 다름없이 열기로 했다. 예산 역시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5천만원, 4천만원, 5천만원으로 각각 편성했다. 중구의 경우 약령시한방축제가 있지만 대구시 주관으로 열리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예산 5억여원으로 열린다. 사회1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철우 "안보·입법·행정 모두 경험한 유일 후보…감동 서사로 기적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