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못 갚겠어요" 연체미등록자 급증세

입력 2009-03-06 08:47:19

#아르바이트로 월 50만원을 버는 대학생 A씨. 그의 빚은 2천100만원이 넘는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식당의 폐업으로 등록금이 부족해 대출을 잇따라 낸 것이 화근이었다. 1천150여만원을 빌렸는데 순식간에 이자만 978만원이 됐다. 그는 더 이상 이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됐고 "더 이상 못 갚겠어요"를 선언했다.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비를 카드대출로 충당했던 주부 B씨. 사회복지시설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며 70만원을 벌기 시작했지만 이자가 비싼 카드대출을 너무 많이 쓰다보니 원금이 1천만원인데 순식간에 이자가 1천200만원이 됐다. 그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보고는 돈 갚기를 포기해버렸다.

'못갚겠다'는 선언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가 급락하면서 폐업·실직 등이 잇따르면서 이자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탓이다.

특히 3개월 이하의 연체 상태로 아직 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른바 '연체미등록자들(미불자)'이 최근 앞다퉈 빚을 탕감받으려고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예비 채무불이행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아직 채무불이행자가 되지 않은 3개월 이하 연체자들의 신용회복위원회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달에 180명 수준이던 대구경북지역 '미불자들'의 방문은 9월 256명으로 늘더니 12월엔 319명으로 증가했고 지난 1월에는 326명으로 또다시 늘어났다.

이들 미불자는 관련 규정상 신용회복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현재 규정은 3개월 이상 이자를 연체해야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 채무조정 등의 신용회복조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이선인 지부장은 "연체가 한번만 돼도 불안해져 채무불이행자가 되는 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3개월 이하 연체자는 신용회복 대상이 안된다. 최근 미불자들의 방문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향후 채무이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경기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고 했다.

전국적으로도 미불자들의 신용회복위원회 방문은 지난해 6월 1천853명이었으나 지난 1월에는 50%나 급증한 3천251명이나 됐다.

한편 정부는 개인들의 '빚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다음달부터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개월 이상 연체로 채무불이행자가 되기 전에 채무재조정을 해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4일 "당초 5월부터 추진할 예정이던 다중채무자 대상 프리워크아웃을 4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며 "경기침체로 금융권 연체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대출이 5억원 미만인 다중채무자 중 연체기간이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인 약 20만명을 대상으로 만기연장과 이자감면 등의 방식으로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금융회사들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불자들이 쏟아지자 이들에 대해서도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이자탕감과 상환기간 연장 등 채무 조정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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