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 자연 속 온천마을 - 일본 구로카와

입력 2009-03-05 08:30:28

탁 트인 노천탕…자연의 향기 가득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아소산 중턱에 자리한 구로카와는 여기저기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산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온천 마을이다. 일반적으로 온천 관광지에는 호텔과 리조트가 즐비하지만 구로카와는 료칸(여관)들만 즐비, 단체 손님이 묵을 만한 대형 숙박시설이 없는 관계로 연인'가족'친구들과 함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곳이다.

구로카와를 구성하고 있는 20여채의 료칸들은 고급스런 시설과 함께 개성 있는 노천탕을 보유하고 있으며 료칸마다 저마다의 원천을 지녀 효능이 다른 여러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구로카와는 일본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온천 순위에서 항상 윗자리를 차지하는,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인기 온천 마을이다. 하지만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은 근교의 아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인기 없는 온천 마을이었다.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던 중, 위기의식을 느낀 마을 사람들이 마을 조합의 지휘 아래 남성 전용, 혹은 혼탕 위주였던 일본 노천탕 문화에서의 탈피를 시도한 것. 료칸마다 여성 전용 노천탕을 만들어 쉽게 노천온천을 즐기기 힘들었던 여성 여행자들을 끌어들였으며 료칸과 마을 시설물들의 외관'간판'이정표 등을 나무로 만들거나 자연적인 색깔을 입혀 일본의 전통적인 멋이 잘 살아난 온천 마을로 다시 태어나게 했다.

또한 구로카와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입탕어음을 선보임으로써 일반적으로 료칸 투숙객에만 허용되던 노천탕 이용을 료칸에 투숙하지 않는 여행자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로카와 온천여관조합인 가제노샤에

서 판매하는 입탕어음을 구매하면 구로카와에 위치한 20여채의 료칸들 중 3군데를 골라 온천을 즐길 수 있다. 각 료칸마다 2~5곳의 탕을 가지고 있으므로 입탕어음 하나로 료칸에 숙박하지 않고도 10곳 정도의 다양한 노천탕을 즐길 수 있다. 이 입탕어음은 당일치기로 다녀가거나 단체관광으로 와서 반나절 정도 구로카와에 머무르는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이곳에 머무르는 여행자들도 입탕어음을 이용해 다른 료칸의 온천을 체험할 수 있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구로카와는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편의점도 없는 작은 온천 마을이지만 울타리 없이 탁 트인 노천탕에 앉아 푸르른 산과 맑게 흐르는 계곡물을 바라보거나 유카타를 입고 지저귀는 새소리를 벗 삼아 마을 이곳저곳을 거닐다 보면 잊고 살았던 자연의 향기를 가득 느끼게 되는 정겨운 곳이다.

[TIP]

# '가제노샤'서 입탕어음 구입

▷ 구로카와에 도착을 하면 제일 먼저 온천 마을 입구에 위치한 온천여관조합인 '가제노샤'에 들러 구로카와 마을 지도와 료칸 안내서 등을 수집한 후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자. 이곳에선 구로카와 여행의 하이라이트라 불리는 입탕어음(1천200엔) 구입, 료칸 예약 등을 할 수 있으며, 온천'식사'교통 등의 정보도 얻을 수 있다.

▷ 입탕어음으로 온천을 이용하는 여행자들은 각 료칸 입구에 표시돼 있는 이용 가능한 온천과 시간을 꼭 확인하도록 하자.

▷ 온천 이용시 탈의실은 라커룸이 아닌 개별 바구니에 옷과 짐을 놔두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입탕어음을 이용해 온천욕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자들은 온천여관조합 옆에 있는 라커룸에 귀중품을 넣어두고 가는 것이 좋다.

▷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경우에는 입탕어음 구입보다는 온천 한곳을 선택해서 입욕료(500엔)를 지불하고 이용하자.

#후쿠오카서 직행 버스 이용

구로카와는 다른 유명 온천 관광지와는 달리 대중교통이 잘 발달돼 있지 않다.

구로카와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항공편이나 배편을 이용해 후쿠오카로 간 다음 후쿠오카에서 버스를 이용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로카와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중간에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현재 후쿠오카의 하카타역 교통 터미널과 후쿠오카 공항에서 구로카와로 직행하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약 3시간 소요)

●료칸은 어떤 곳?

료칸은 여관을 뜻하지만 한국의 여관과는 다르다. 일본의 료칸은 서비스와 가격이 웬만한 특급호텔 이상인 고급 숙소로 일본 여행을 많이 하였다 하더라도 일본인 특유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료칸에서 하룻밤 묵어보지 않았다면 아직 일본을 제대로 여행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료칸은 일반 호텔과 달리 방 한개 당 요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1인당 요금을 지불하기 때문에 가격부담이 되기도 한다. 급수에 따라 다르나 보통 1인 1박 2식에 10만~30만원선이다. 하지만 호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진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저녁아침으로 정성스레 차려져 나오는 일본 전통 상차림인 가이세키와 함께 료칸에 딸려 있는 온천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때문에 료칸을 떠날 때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료칸에 도착하면 안주인'지배인'종업원이 현관에서부터 투숙객을 맞이하며 간단한 체크인 수속이 끝나면 객실로 안내해 준다. 객실에 들어서면 종업원이 무릎을 꿇고 앉아 객실 이용 안내부터 시작해 차를 마시는 법, 식사시간, 온천 이용시간 등 료칸 이용 정보를 상세히 설명해 준다. 식사시간에는 요리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옆에서 친절하게 요리에 대한 설명과 먹는 방법 등을 알려주며 식사를 하는 동안 또 다른 종업원이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정성스레 이부자리를 마련해 놓는다. 이런 서비스는 대형 숙박 시설에서는 느끼기 힘든 료칸 투숙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다.

[료칸 이용하기]

▶ 료칸 내에서는 료칸에서 제공해 주는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한다. 신발은 료칸 입구에 벗어 놓으면 종업원이 정리해 놓으며 외부로 나갈 때에는 신발을 가져다준다.

▶ 온천으로 갈 때는 입고 벗기 편한 객실에 비치된 유카타를 입고 가는 것이 편리하며 일본의 온천문화는 한국과 달리 몸을 씻는 장소가 아니라 몸을 담그는 문화이기 때문에 머리를 물 속에 담그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한다.

김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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