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는 토론과 표결 정신으로 복무해야

입력 2009-03-03 11:10:00

여야가 충돌했던 미디어 관련법이 '6월 임시국회 표결처리'로 넘겨지면서 가까스로 국회가 정상을 찾았다. 지난 3개월간 맞서온 한나라당 민주당이 여야 동수로 추천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협의한 뒤 미디어법을 표결 처리하기로 어제 합의한 것이다. 국회가 또 한번 난리를 치지 않고 대화로써 꽉 막힌 정국을 푼 것은 평가할 일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직권 상정을 강행해서라도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려는 입장에서 물러섰다. 민주당은 상임위 상정조차 막는 미디어법 원천 봉쇄라는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양당 모두 한 발씩 양보해 토론과 협상의 기회를 선택한 것이다. 양당의 태도 변화는 대립과 충돌로 일관하는 국회를 향한 폭발 직전의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모처럼 국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아 다행스럽다.

만일 한나라당이 직권 상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했다면 국회는 또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가면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어수선한 사회는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경제 살리기 법안들은 때를 놓친 채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4월 추경 편성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민주당 또한 장외 투쟁을 한다고 해서 국민이 곱게 봐 줄 리는 없을 것이다.

이번 미디어법 합의 내용을 놓고 앞으로 여야가 딴소리를 할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무성한 모양이다. 사회적 논의기구의 구속력 여부부터 결국은 한쪽이 판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다. 여야는 이 기회에 쟁점 법안에 대한 모범적 처리 모델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극명하게 의견이 갈리는 법안일수록 충분한 토론으로 상호 공감대 확보 경쟁을 벌인 뒤 표결로써 異見(이견)을 정리하는 민주적 절차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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