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한모(42) 과장은 5년 전 뜻을 접었던 해외이민에 대해 다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학교수인 친구가 남몰래 굴착기 면허 학원에 다니며 캐나다 이민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뒤숭숭해진 것이다. 캐나다는 요즘 유가 급등으로 고체가스 개발을 위한 굴착기술자가 인기직종이란 소식이다. 한 과장은 "처음 이민을 고려한 것은 자녀 교육비 부담 때문이었으나 경기침체로 현재 직장마저 불안해 다시 이민을 생각하게 됐다"며 "투자이민을 갈 형편이 안 돼 중장비 기사나 피아노 조율기사 자격증을 따서 갈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고용불안이 이어지면서 이민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빠듯해진 살림에 자녀교육과 노후비용까지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캐나다, 호주 등지로의 이민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한 해외정착 및 투자정착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이민 세미나 참가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가량, 홈페이지 방문자는 2.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캐나다, 호주, 미국 영주권을 신청한 사람 수도 지난해에 비해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중하위층의 이민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금융 분야나 회계, IT, 건설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문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대기업 연구원으로 있는 A씨는 주말마다 용접기술을 배우러 다니느라 바쁘다. 그는 "호주는 오지개발로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용접공이 우대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아이들 사교육비에 허덕이며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기보다는 차라리 육체노동자로 일할지언정 해외이민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2년 전 이민을 고민하다 포기한 김모(49)씨는 "이민 가도 그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 힘든데다 나이가 들면 향수병에 걸려 5~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울한 국내 사정 때문에 이민 희망자가 쏟아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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