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림 관악합주단'총무 정광훈씨 "기금 모아 난치병 어린이 도와"

입력 2009-02-28 06:00:00

'한울림 관악합주단'은 어떤 곳일까?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하지만 입장료 한 푼 받지 않는 연주회를 열고, 연주회마다 모금을 통해 마련한 돈을 난치병어린이돕기에 내는 단체. 하루 종일 일을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100㎞가 넘는 길을 달려와서 두 시간 넘게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 연습실을 찾기에 앞서 총무인 정광훈씨를 만나 자세한 사연을 들어봤다.

◆음악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

-'한울림 관악합주단'은 어떤 단체입니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주회와 함께 봉사활동도 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음악을 전공했거나 사회에서 배운 분, 군악대 활동을 한 분들이 모여서 좋아하는 음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 단체를 몰라서 활동 못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연습실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지자체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수성구청이 옛 현대병원 자리에 보건소 문을 연다는데 여유 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연습실은 단장인 정화중 이철호 교장 선생님이 마련해준 곳입니다. 100㎡(30여평)밖에 안 되는데 매번 연습 때 50여명이 모이면 타악기에 피아노까지 있다 보니 앉을 공간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관악합주단과 흔히 말하는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다릅니까?

"오케스트라는 현악기가 위주입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이 중심이고, 관악기는 비교적 적게 들어가는 편이죠. 관악합주단, 즉 윈드오케스트라는 순수 목관 및 금관 악기로 이뤄져 있죠. 특수악기로는 오보에, 바순이 있고, 바이올린 역할을 하는 클라리넷과 플루트, 최근 많이 늘고 있는 색소폰, 호른, 트럼펫, 트롬본, 튜바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타악기로는 팀파니, 드럼, 심벌, 대고, 마린바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 취미로 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와서 색소폰 파트에 많이 편중돼 있습니다."

-'한울림 관악합주단'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2004년 11월 수성구 시지에서 '대구시민관악단'이라는 이름으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처음 7, 8명이 모임을 시작하다가 입소문이 나면서 2년 새 30명 가까이로 늘었죠. 수성못과 대구스타디움 인근에서 연주회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재정적인 문제와 연습실 마련 때문에 이견이 생겼습니다. 비록 적은 돈이지만 그런 행사를 유치하면서 팀 내 갈등이 생겼고, 일부가 팀을 이탈한 뒤 나머지 10여명이 현재 수성구 중동에 있는 연습장으로 옮겨 오면서 '한울림 관악합주단'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늘 돈이 부족하지만 사랑만은 넘치는 사람들

-재정적 어려움이 큰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현재 연습실은 단장님이 제공하셨는데, 보증금도 못 드리고 월세 몇 푼 드리는 정도입니다. 전기, 수도, 복사비 등을 포함하면 매달 60만원 이상이 나갑니다. 현재 일반회원 3만원, 학생 1만원씩 회비를 거두지만 경제 상황이 어렵다 보니 억지로 거둘 수도 없고, 그저 한달에 70만~80만원 정도 회비가 마련됩니다. 당장 운영은 큰 문제가 아닌데 연주회를 기획할 때가 걱정이죠. 대관비만 하루에 120만~130만원, 팸플릿과 포스터 제작비용도 100만원 정도이고, 객원 연주자까지 초빙하면 매회 300만~400만원이 듭니다."

-연주회를 무료로 하면서 이웃돕기까지 하는 이유는?

"연간 두차례 공식 연주회가 있는데, 무료 입장이 원칙입니다. 입장권 대신 입구에 모금함을 설치해서 자발적으로 500원이든 1천원이든 모아서 교육청에 난치병어린이돕기 성금으로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 109만여원, 5월에 115만여원을 모금해 전액 기탁했습니다. 사실 연주회를 할 때도 단원들이 10만원, 단장은 30만~50만원씩 모아서 합니다. 열정이고 사랑인 거죠."

-그런 와중에도 '찾아가는 음악회'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여러 단체에서 (우리를) 찾아줍니다. 재작년에는 대동시온재활원, 대구선명학교, 공산중학교, 화덕초교뿐 아니라 지하철 개통 10주년 기념으로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도 공연을 했습니다. 아직 몰라서 초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연주회 한번 하려면 연습도 해야하고, 재정 부담도 큰데 직장인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여름이면 연습실에 조그만 중고 에어컨 틀어놓는 게 고작인데,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합니다. 한번 연주회 나가면 이동시간, 리허설, 철수까지 반나절이 꼬박 걸립니다. 회사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는데, 무척 미안하죠. 오후 5시부터 준비해서 연주 마치고 연습실 돌아오면 밤 9시가 넘습니다."

◆관객과 함께하며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계획된 연주회를 못한 적도 있나요?

"지난해 대구은행 야외공연장에서 '한여름밤의 쿨콘서트'를 할 때였습니다. 4주 연속으로 계획돼 있었는데, 둘째 주 연주회를 못했습니다. 비 때문이죠. 악기 설치까지 끝내고, 야외이다 보니 전기 시설이 여의치 않아 보면대에 전등까지 따로 설치해서 연주를 시작하려는데 비가 쏟아진 겁니다. 고생해서 준비를 마쳤고, 게다가 첫 주 공연을 본 주민들이 잔뜩 기대하며 찾아왔는데 연주를 못 하니 결국 악장님이 울음까지 터뜨렸죠. 우리 단원들 마음이 그렇습니다. 대단한 대회도 아니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닌데."

-단원들 중 특이한 분들도 많을 텐데?

"악장님의 경우 작년에 딸이 대학에 진학했는데, 현재 함께 활동하고 있고, 트럼펫을 하는 한 선생님은 화요일(연습일)마다 늦게 들어가 부인에게 잔소리를 들었는데, 함께 합주단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부부 금실이 좋아졌습니다. 의성에서 농사를 짓는 분은 농사 짓고 포클레인 몰다가 화요일이면 100㎞를 달려 두시간씩 연습하고 돌아갑니다. 마침 그분의 부인도 플루트를 하다 보니 매주 화요일은 힘들지만 부부 데이트하는 날이 됐습니다. 고령에서 농사짓는 분도 매주 찾아옵니다. 고교생도 5명 정도 있고요."

-지난해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고 하던데?

"지난해 8월 한국관악연맹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초중고 및 일반을 포함해서 전국 50여개 팀이 참여했습니다. 전국에 관악합주단이 있는 곳은 거의 참석한 셈이죠. 우리가 전체 참가팀 중 대상을 받은 거죠. 처음에는 경비가 부족해서 많이 못 갈 걸로 생각했는데. 버스 대여비만 70만원이 들었거든요. 취지에 공감한 단원들이 모이면서 버스 한대 탑승인원을 꽉 채워서 가게 된 겁니다. 상금 200만원으로 대고(큰북)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지역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대회였습니다."

김수용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