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던 지난 25일 오전 포스코 포항제철소. 족히 70m는 넘어 보이는 초대형 크레인이 철제 빔을 들어 옮기며 골조공사에 한창이었고, 그 아래 바닥에서는 수백명의 공사 인력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20만㎡(6만평) 부지에 300t짜리 전로(轉爐)를 새로 만들어 연간 460만t의 슬래브·블룸(강판을 만들기 이전의 두꺼운 사각기둥 형태의 중간소재. 이것을 압연라인에 넣어 두루마리 형태의 철판이나 선재(線材)로 만든다) 같은 철강 중간소재를 생산할 포항 신제강공장 건설 현장.
지난해 7월 착공한 이 공사가 완공될 내년 6월에는 포항제철소의 연간 제강량은 1천560만t으로 늘고, 광양제철소에 이어 단위 제철소로는 세계 2위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생산규모면에서 세계 1, 2위 제철소를 한국의 포스코가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신제강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1조4천억원. 요즘은 하루 평균 1천100명가량의 인력이 투입되지만 6월쯤부터는 1천500명 정도로 늘고 완공될 때까지 소요 인력은 연인원으로 따져 100만명가량이나 된다.
1973년 포항제철소가 준공된 이래 포항에서 벌어지는 공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라는 점을 두고 일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감산(減産)에다 재고누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설비증설이 맞는 일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25일 퇴임한 이구택 전 회장은 물론 27일 회장에 취임한 정준양 회장 등 포스코 최고 경영진은 "불황이라고 움츠러들고만 있다면 다가올 호황기에는 어디서 이윤을 남기겠는가. 지금 건설하는 설비는 미래시장 개척용이다. 아무런 걱정 말고 최선을 다해 완벽한 공장을 지어야 한다"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수시로 주문했다.
특히 신임 정 회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돌아볼 곳으로 신제강공장 건설현장을 정하고 28일 아침 일찍 방문하겠다는 일정을 미리 밝혀두기도 했다. 정 회장은 "신제강이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불황에도 불구하고 원가절감과 조강량 증가에 따른 연간 기대이익이 4천1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나아지면 기대이익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포항제철소 신제강공장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권영식(50) 포항신제강사업추진반장(부장)은 "40년 전 창업 당시 선배들이 포항제철소를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면 영일만에 빠져 죽자는 '우향우(右向右) 정신'으로 무장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도 신제강공장 건설에 모든 힘을 다 쏟고 있다"며 "내년 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를 때쯤이면 이 공장에서 세계 최고 품질의 철강 슬래브가 생산돼 우리 경제에 열기를 더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계산에 따라 현재 포항제철소에서는 10여 군데에서 공장 신증설 등 투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양제철소도 마찬가지다. 포항 신제강공장과 더불어 역대 포스코 투자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인 광양 2후판공장 신설공사도 본궤도에 올랐다.
1조8천억원을 들여 연산 200만t 규모의 후판공장을 하나 더 짓는 공사다. 내년 7월 이 공장이 가동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700만t으로 늘어 세계 1위 업체가 된다. 포스코의 후판업계 장악은, 지금도 잘나가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전후방 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효과도 매우 커진다.
이처럼 포항과 광양 두곳에서 동시 다발로 진행되고 있는 포스코의 올해 투자사업 규모는 7조원가량. 지난해 연말 계획했던 것보다 올 들어 오히려 수천억원이 더 늘었다. 3개월 연속 감산 등 시황은 나쁘지만 투자증대 등 경영내용은 평소보다 더 공격적이다.
이복성 포항제철소 섭외그룹장은 "포스코는 198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전세계적 경제위기 때나 1997년 이후 수년간 지속됐던 외환위기 등 위기 때마다 투자를 늘렸고 이런 전략은 호황기 때 막대한 수익증대로 나타났다"며 "지금의 위기가 끝나고 다시 찾아올 회복기에 대비하는 미래경영 차원에서 R&D(연구개발) 비용은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영우 포항상의 회장은 "이 같은 포스코의 '희망경영'이 포항 경제는 물론이고 위기에 강한 한국경제의 저력"이라고 평가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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