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金

입력 2009-02-26 11:02:20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금을 보통사람도 만질 수 있게 된 것은 1848년 시작된 미국의 '골드러시' 이후였다. 論者(논자)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 6천 년 동안 캐낸 금의 총량은 12만5천~14만t 정도이다. 이 중 얼마가 유통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기업이나 개인의 금고 속에 있는 금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드러시 이전까지 전 세계에서 채굴된 금은 1만t이 못 된다고 하니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금은 대부분 골드러시 이후 채굴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금은 자연상태에서 채굴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만들 수 없다. 금이 귀한 대접을 받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다. 지금까지 금을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있었지만 성공한 예는 없다. 바닷물에 미량의 금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이를 추출해낸 '연금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비료와 폭발물의 주원료인 암모니아의 합성법을 개발해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독일의 천재 화학자 프리츠 하버도 여기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클로린(chlorine)을 비롯한 여러 독가스를 개발해 '화학무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하버는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엄청난 전쟁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조국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바닷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버는 계산 결과 전 세계의 바다에서 수백만t의 금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쟁 배상금을 갚고도 남는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5천여 곳의 바닷물 샘플을 실험한 결과 t당 금 함유량은 0.008㎎, 기대치의 1천분의 1에 불과했다. 경제성 제로였던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안전자산에 돈이 쏠리면서 금값이 말 그대로 금값이 되고 있다. 국제 금 시세는 이미 '트로이 온스(31.1g)'당 1천 달러를 돌파했다. 수년 내에 2천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금시세도 한 돈(3.75g)당 20만 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값이 영원히 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 투기'가 이를 증명한다. 희귀한 튤립의 보유가 부의 척도가 되면서 최고 품질의 튤립 알뿌리 1개가 황소 45마리 가격으로 오른 투기 열풍의 끝은 수많은 사람들이 알거지가 되는 사태로 막을 내렸다. 금값의 고공행진도 언젠가는 끝이 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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