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고향 친구는 4년 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꼭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 때는 어른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 고향에서 살겠다며 성적이 좋은데도 지역 대학을 택한 그였다. 하지만 '큰 사건이 많은 곳에 가야 범인 검거 실적을 많이 내고 승진이 빠르다'는 친구의 의지는 확고했다. 당시엔 의아했지만 경찰담당 기자생활을 하면서 친구의 말이 옳음을 요즘 새삼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왠지 씁쓸하다. 경찰의 수사 발표에 실적 부풀리기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 24일 불법 사행성게임인 바다이야기 게임장을 덮쳐 업주와 종업원 등 9명을 검거, 조사 중이라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경찰은 이날 현장에서 20대 초반의 여종업원 한명만을 붙잡았을 뿐 나머지 8명 중 일부는 신원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성서경찰서에는 보도자료 20여장이 마련돼 있었고, '대구경찰청 브리핑 자료'라고 적힌 문서에는 '업주 및 종업원 9명을 검거 조사 중'이라고 분명히 쓰여 있었다. 기자가 따져묻자 '공식 발표 자료는 아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8명의 인적사항을 요청하자 경찰은 '검거자를 추궁해 신원을 확보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경찰의 실적 부풀리기는 한두번이 아니다. 성서경찰서는 지난해 11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 사범 4명을 입건했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당시 경찰은 2명을 잡았을 뿐이었다. 이후 수사 결과 나머지 2명 중 1명은 몇 년 전에 사망했다는 황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성서경찰서 한 간부는 "실적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
시민들은 밤잠 설쳐가며 치안활동을 벌이는 경찰의 약진을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실적 부풀리기에 급급해서는 시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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