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별고사에는 논술고사, 면접·구술고사, 적성검사 등이 있다.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20% 이상 반영해 선발하는 대학이 인문계는 35개교, 자연계는 33개교이다. 특히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50% 이상 반영하기 때문에 논술은 당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수시에서 논술고사 시행 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논술고사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각 대학의 전년도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 유형과 출제경향을 미리 파악해 둬야 한다. 정시에서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은 8개교로 2009학년도보다 줄었고, 서울대는 인문계, 자연계 모두 논술고사를 치러야 하고, 고려대는 인문계만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연세대는 2010학년도부터 정시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2009학년도 논술고사 출제 경향
2009학년도 논술고사에서 각 대학들은 통합논술의 특징을 출제에 반영하는 한편, 3년간의 실험적 시도들로부터 도출해 낸 독자적인 출제 방식을 안착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뚜렷한 특징은 다양한 형태와 내용의 문항들을 복합적으로 제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학교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가 다르게 제시되기는 하지만, '여러 영역에 걸친 자료를 비판적으로 이해해 주어진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글쓰기'를 지향하는 통합논술은 기본 개념이나 범주 정도를 보여 주는 짧은 제시문을 힌트로 삼아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방식으로 출제됐다. 기존의 논술고사에 비해 문항의 수를 늘리고 각 문항당 분량을 줄였다는 점도 특징.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분석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을 평가하기에는 완결된 장문의 논술보다는 이런 형태의 문제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난도가 높은 긴 제시문을 읽고 논제를 파악해 긴 분량의 완성된 한 편의 글을 쓰는 방식인 통합논술 이전의 논술고사는 학생들의 심층적인 사고력이나 글쓰기 능력을 평가하기에 좋지만, 채점자의 주관적 관점이 배제되기 어렵다는 약점을 갖고 있었다. 최근의 시험 방식은 사고력이나 창의성을 측정할 수 있으면서도, 학생들이 문제로부터 파악해 서술해야 하는 내용을 명확히 한정할 수 있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또 2009학년도 논술고사에서는 제시문의 난도가 기존 논술에 비해 대폭 낮아져, 제시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한 수험생들의 부담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문제의 난도는 오히려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인문계열의 경우 제시문의 난도가 낮아지고 분량이 짧아짐에 따라, 제시문 이해도를 측정하기 위한 요약형 문제보다는 제시문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비교하기, 비판하기형 문제들의 비중이 커졌다.
자연계열의 경우에는 제시문의 분량이 축소됐지만 깊이 있는 수리적 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이 나왔다. 특히 기존의 서술형 문제보다는 일정한 답을 도출하는 풀이형 문제의 비중이 커진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런 경향은 2010학년도에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아직 확정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2010학년도에는 단과대학별 논술고사 도입이 예상되는 만큼 전공과 관련된 교과 지식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인문계열의 경우 반영되는 교과과정의 범위가 확대돼 수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제시문이나 영어지문 등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연계열에도 영어지문의 출제와 수리 과학 교과의 심층적 지식과 응용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2010학년도 대비책
▷기본 개념과 배경 지식=통합논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논술고사를 준비할 때 공부하던 지식들은 쓸모없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존 논술에서 강조하던 배경 지식과 다양한 정보들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통합논술은 고교 교과 과정을 충실하게 반영하되 여러 교과목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통합논술에서는 암기된 지식의 직접적 활용을 지양하고, 텍스트 및 자료에 대한 논리적인 분석 능력, 기본 개념 및 원리에 대한 이해와 적용 능력, 비판적 사고력에 바탕한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문제를 지향한다. 간략한 제시문과 논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이 어떤 주제 영역 안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는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정확한 답안을 위해 필수적이다. 제시문의 배경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을수록 자료 분석은 심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 말은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순발력만으로는 제대로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평소 기본 개념을 확실히 하고 배경 지식을 꾸준히 쌓아 논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또 특정 주제 영역에 한정된 구체적인 항목들을 하나하나 외워 두기보다는 여러 주제들 사이의 관계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출제·채점자 입장에서 글쓰기=글의 내용과 형식을 구성할 때에는 출제자, 채점자의 입장이 돼 볼 필요가 있다. 논제를 받았을 때 출제자는 왜 제시문의 이 부분만 발췌했을까를 생각하며, 다른 제시문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훈련을 하면 제시문에서 읽어내야 할 핵심 사항이 더 잘 보이게 된다. 항상 상호관련을 중시하며 문제에 접근하면 핵심 내용뿐만 아니라 발췌 부분의 시작점과 끝 지점, 연결어 등 부차적인 부분들까지도 논제 분석을 위한 힌트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글을 실제로 구성할 때에도 출제자 입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 자신이 수많은 논술 답안지를 단기간에 채점해야 하는 채점자라면 채점을 간소화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세울 것인가? 단락별로 어떤 내용이 들어 있으면 기본 점수를 줄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꼭 필요한 내용들을 찾아 그것들을 단락마다 하나씩 배치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런 훈련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대학에서 발표하는 기출 문제 해설을 잘 활용하면 충분한 연습이 가능하다. 동일한 논제에 대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글을 써 본 뒤 대학에서 발표한 출제 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어느 것인지 비교해 보면 크게 도움이 된다.
▷첨삭과 시뮬레이션(구술)의 중요성=글을 다 쓴 뒤에 이를 평가받은 후, 그 지적 사항을 다시 글쓰기에 반영하는 훈련은 매우 중요하다. 논술 구술 관련자들 모두가 첨삭과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글쓴이의 원래 의도보다 읽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이해, 말하는 사람의 의도보다 듣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원들은 기출문제를 최대한 많이 다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문제를 풀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양보다는 한 문제를 풀고 나서 첨삭을 통해 결함을 찾고, 그런 다음 다시 써 보며 부족한 점을 점검하는 피드백 과정이 반복될 때 수험생은 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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