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포커스]'정수기 업체' 청호그룹 정휘동 회장

입력 2009-02-23 06:00:00

성공한 사람에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는 듯하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청호그룹의 정휘동(51) 회장은 "일을 하면 아프던 게 사라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마냥 즐겁다"고 한다. 주말이나 휴일 근무는 기본이다. 일이 있으면 수시로 회사에 출근하는 바람에 직원들은 아예 교대 근무를 해야 할 정도다. "그러다가 건강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했더니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바로 건강 관리"란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엔 더욱 바쁘다. 지사별로 방문해 판매 사원들과 식사하며 어려움을 직접 듣고 격려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청호그룹은 1993년 창업한 이후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대기업들을 제치고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급성장의 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공학박사(한양대) 출신인 정 회장이 직접 국내 정수기 시장의 산파역을 해온 경험도 회사 운영에 큰 힘이 됐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미네소타주 주립대학교로 유학해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현지의 정수기 회사 수석 엔지니어로 활동하던 중, 지금은 라이벌인 국내 유명 정수기 회사의 요청으로 귀국해 파견 근무를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때 국내 최초로 정수기를 개발했으며, 2년간의 파견 근무 후 미국 본사로 복귀했으나 또다시 다른 국내 회사의 요청으로 귀국, 새로운 정수기를 개발했다. 그가 갖고 있는 미국 수질관리사 자격증도 아시아 권에서는 가장 먼저 딴 것이다.

그즈음 대기업에 다니던 친구로부터 함께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선뜻 내키지 않았단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사 운영 경험이 전무했던 것도 주저하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점괘 하나가 정 회장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유명 역술인에게 고민을 얘기했다가 "지금 사업을 하지않겠다고 해도 3, 4년 후에는 결국 하게 될 것"이란 얘기를 듣고는 창업 결심을 굳히게 됐단다.

미국발 금융 위기에서 비롯된 경제난도 기술력을 앞세운 정 회장에게는 예외다. 지난 2006년 '얼음 정수기'를 출시해 톡톡히 재미를 본 정 회장은 올해 안으로 가습 효과가 기존 제품들보다 뛰어난 '폭포수 공기청정기'를 시판할 계획이다. 이들 제품 모두가 세계 최초다. 정 회장 자신이 미국 생활을 하면서 세계 각지의 1천여개 정수기 공장을 둘러본 게 두고두고 힘이 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들 제품을 주축으로 올해 매출액을 작년의 2배로 올리겠다"고 자신했다.

최근 들어 국내외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수년 전부터 전문 경영인들에게 회사를 맡겨왔던 것을 정리하고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정 회장은 사업으로 바쁘게 생활하다가 36세가 돼서야 대구 송죽극장 사장의 딸(이경은·46·이화여대 교수)과 결혼, 슬하에 초등학교 3학년인 외동아들을 두고 있다.

"고향은 어디냐"는 질문에 "어디라고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명덕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부친 근무처가 자주 바뀌는 바람에 2학년 때부터 대전·포항·경주로 옮겨다니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주에서 경주중·문화고를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고교 동창들과 함께하는 '경친회(경주 친구들 모임)'를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마음의 고향은 '경주'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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