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이전 백신 맞으면 주원인 바이러스 차단"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요?"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여성들이 적잖다. '그래도 암인데…'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런데 자궁경부암은 예방 가능하다. 2년 전 개발, 보급된 예방 백신 덕분이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검진 확대로 인해 자궁경부암 발생률이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 여성 암 사망률 2위인데다 국내에서도 매년 4천~5천명의 환자가 새로 발견되고, 1천명 정도는 자궁경부암으로 숨지기도 한다. 더구나 예전엔 주로 40, 50대 여성에게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엔 30대, 특히 20대에서도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예방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바이러스
자궁경부암의 99%는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현재 130여종이 발견됐는데 이 중 20여종이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로 분류돼 있다.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가장 흔한 게 바로 16번, 18번(숫자로 바이러스 이름 지칭)인데 전체 자궁경부암 환자의 원인 중 70%를 차지하고 있다. 평생 이들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무려 70~80%나 되기 때문에 여성이라면 감염을 피해가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자궁경부암은 출산 때 태아가 나오는 길목, 즉 자궁과 질이 만나는 자궁경부에 암이 생기는 것으로,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점차 병이 진행되면서 평소 내의에 약간 묻어날 정도의 하혈(질 출혈)을 보이다 점차 출혈이 심해지고, 자궁 주위 조직으로 퍼지면서 골반통, 하복통, 허리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질환이 더 심해지면 자궁 앞뒤에 있는 방광과 직장까지 침범해 혈뇨나 혈변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자궁경부암 예방 가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세포진 검사를 통한 조기 발견만이 최선이었지만 최근 원인을 찾음에 따라 자궁경부암의 예방이 가능해졌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주원인이기 때문에 예방 백신을 통해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가다실'과 '써바릭스'라는 2가지 예방 백신이 개발돼 있는데, 모두 16번, 18번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대해 99% 예방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80, 90%는 2, 3년 내에 항체가 생기고 바이러스는 없어진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가 6개월 이상 감염 상태로 지속될 경우 자궁경부 표면 세포인 상피세포에 이상이 생길 수 있고 이 상태가 심해지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진다. 상피조직뿐 아니라 간질조직까지 침범하게 되면 암이 되는데 보통 바이러스 감염 후 10~15년, 빠르면 5년 만에 암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때문에 자궁경부암은 감염되기 전에 미리 예방 접종해 감염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예방접종, 언제 하는 게 좋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만 26세 이전에 접종하면 16번, 18번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거의 99% 예방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만 15세 이후에 접종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만 9세 이상이면 접종 가능하다. 만 26세가 지나 백신을 접종하면 항체 생성률이 약간 낮아지기는 하지만 만 45세 전까지만 접종하면 80~90% 정도 항체가 형성되고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백신을 맞는 게 좋다. 46세 이상은 자궁경부암 발생 시점이 지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예방 효과에 대한 이렇다 할 연구 결과가 없다.
백신은 세 번 접종해야 하는데 가다실의 경우 첫 접종 후 2개월, 6개월째, 써바릭스는 첫 접종 후 1개월, 6개월째 각각 2차, 3차 접종하면 된다. 백신 접종 비용은 2007년 처음 출시됐을 땐 한번 접종에 25만원(총 75만원) 정도로 비교적 고가였지만 지금은 1회 15만원(총 45만원)으로 내려 비용 부담도 줄었다.
그러나 예방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20여 종류에 달하는 다른 고위험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자궁경부암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만큼 나머지 가능성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부작용은 없나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에도 다른 백신처럼 항원과 면역 반응을 높여주는 보조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주사 부위의 면역 작용으로 인한 통증, 부종(붓는 증상)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면역 반응이 강할 경우 몸살이나 열이 날 수도 있고, 주사 후 갑작스런 저혈압으로 현기증이나 두드러기 등 발진이 생길 수도 있지만 백신 부작용은 대부분 경미하거나 아주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 임산부에겐 백신 접종을 권하진 않지만 백신 접종 기간 중 임신을 해도 임부나 태아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백신 접종 기간 중 임신이 된 경우 남은 백신 접종을 출산 후로 연기해 맞도록 권유하는 게 보통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최윤석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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