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던 우리 아파트가 밝게 변했어요.'
19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1주공아파트.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곳에선 벌써부터 봄의 정취가 가득했다. 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은 상가 1층 17m 벽면을 수놓은 124개의 얼굴 표정에 지나는 아파트 주민들마다 빙긋이 웃음꽃을 피웠다. 하트 모양의 두 눈을 하고 이를 드러내며 웃는 얼굴에서부터, 윙크하며 미소 띤 표정 등 가로, 세로 30㎝ 크기의 미소가 벽면에 가득했다. 이곳은 몇 달 전만 해도 빈 소주병이 나뒹구는 황량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아파트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합심해 '웃음이 피어나는 길거리'로 만들었다.
영구 임대아파트가 칙칙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대한주택공사와 주택관리공단은 2002년부터 주공아파트를 대상으로 놀이터, 가로수, 가로등 정비 등 주거환경 개선을 돕는 커뮤니티(Community·공동체)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를 바꾸는 주역은 주민들이다.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합심해 명품 아파트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성서주공 1단지에는 소원을 비는 대형 돌탑, 자연석 외탑 정원, 별자리 관에 이르기까지 주민 손길이 담긴 테마 공간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아파트 입구 '웃음이 피어나는 길거리'는 행인들이 즉석에서 뒤 배경처럼 웃는 모습을 따라하며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곤 하는 동네 명물이 됐다.
주민 김현옥(47·여)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술 광고가 벽면을 도배한 볼품없는 곳이어서 친척들이 방문할 때면 많이 부끄러웠다"며 "이제는 일부러 웃는 거리를 자랑하기 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한다"고 좋아했다.
달서구 송현동의 본동주공아파트에도 곳곳에 주민들의 정성이 스며들어 있다. 이곳 어린이 놀이터 옹벽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직접 그린 사자, 코끼리 등 갖가지 동물그림이 눈길을 끈다. 단지 내에 바나나 나무가 자라고 있어 이국적인 정취까지 물씬 풍긴다. 아파트 집수정에는 노인들이 직접 새끼를 꼬아 만든 초가지붕을 얹었고, 아파트 뒤편에는 대형 넝쿨 터널을 만들어 수세미와 표주박이 주렁주렁 달린다.
주택관리공단 한 관계자는 "영구임대 아파트 주민들이 어두운 임대아파트의 이미지를 벗고 있다"며 "앞으로도 영구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커뮤니티 사업을 계속 펼치겠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달서구 월성주공2, 3단지, 성서1단지, 본동주공 등 4곳이 커뮤니티 사업을 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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