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문화도시 밤베르크로의 회상

입력 2009-02-20 06:00:00

독일 어느 도시의 공연장을 가나 공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판매되는 학생을 위한 티켓 덕분에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최고의 공연들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독일 유학 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 중의 하나였다.

필자는 그 가운데서 우리나라에는 베를린이나 뮌헨 등의 대도시들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와 밤베르크 교향악단에 강한 향수가 남아있다. 독일의 중남부 바이에른주의 작은 도시 밤베르크는 페그니츠강이 도시 가운데를 흘러 '작은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가졌으며 2차 대전의 전화를 입지 않아 아름다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중세 고도이다. 도시 자체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대성당, 시청사를 비롯한 옛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곳곳이 동화처럼 예쁜 집들로 가득 넘쳐나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무엇보다도 밤베르크 시민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문화 유산 중 하나는 바로 밤베르크 교향악단이다. 1939년 프라하에 살던 독일인들이 귀국해 밤베르크에 모여 창단한 오케스트라가 모체가 되어 2차 대전 후 밤베르크 교향악단으로 다시 태어나 연간 150회 이상의 국내 및 해외 공연을 갖는 세계 최정상급의 오케스트라이다. 밤베르크는 필자가 공부한 뷔르츠부르크에서 기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었고 그 도시를 찾는 이유는 늘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연주 때문이었다. 밤베르크 교향악단 역시 항상 좋은 공연들 앞에서는 일찌감치 티켓이 매진되기 일쑤였다.

독일의 변방 도시 밤베르크에서, 그것도 같은 연주회를 보통 3일씩 개최함에도 불구하고 티켓이 매진되고 아주 많은 시민들이 1년 단위의 오케스트라 정기회원이 되어 음악회장을 찾는 것은 이 도시의 시민들이 얼마나 밤베르크 교향악단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느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금 우리 대구에서는 수많은 대형공연장들이 들어서고 문화 캘린더에는 빽빽하게 공연과 전시 소식을 알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우리 도시의 문화적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 대구가 가진 문화적 인프라에 비해 시민들의 대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는 청중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공연중심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빨라지는 발걸음에 맞추어 우리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함께 자라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서상화 북구문화예술회관 기획담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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