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의 공연 찍어듣기] 청중 눈높이 맞춘 관현악의 향연

입력 2009-02-20 06:00:00

대구 베누스토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28일/대구학생문화센터

▲ 대구 베누스토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 정우균 교수.
▲ 대구 베누스토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 정우균 교수.

초·중등 교육과정에 음악 교육이 필수평가 과목에서 제외되면서 우리나라의 음악 교육은 거의 매스컴과 웹사이트에 내맡겨지거나 방치되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0대들이 동요를 즐겨 부르지 않게 되고, 대중 음악에 대한 동경심이 커지면서 클래식한 창법들은 사라져 버리고 가벼운 두성을 사용하는 인기 연예인들의 창법이 대세가 되어 버려 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을 비롯한 청소년합창단들은 그들의 잘못된 발성법을 전통적인 소리로 돌려놓는데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하물며 우리나라 서구적 양식의 음악교육 중심지로 인식되어 온 교회나 성당의 주일학교 성가대들조차도 고전적인 전통을 따르는 고전 성가나 찬송가 부르기를 유행에 뒤지는 것으로 인식해 CCM 같은 기독교 실용음악이 대세를 이루게 된 현실이 안쓰럽기만 하다. 음악을 통한 안정된 정서 교육이 활로를 잃어버렸다. 10대 후반과 20대의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정서 불안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회에는 차분히 집중하는 것이 불편한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현상을 지울 수 없다.

대중 음악에 비해서는 재미도 없고 감각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으며, 지루하게 느껴지지만 깊은 사색과 안정된 사고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아름다움과 지혜를 깨닫게 할 만큼 그 가치가 검증되고 인정되어 온 음악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클래식 음악의 혜택과 교육적 효과에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것과는 다른 0.001% 높은 가치관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어느 날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막연한 상황을 만났을 때, 어린 시절 어머님께서 해 주시던 음식의 맛과 그 탁월해 보이지도 않았던 사랑을 느끼며 바른 삶의 길을 찾아가게 되는, 외면하지 못할 원리를 생각한다면, 어린 시절에 배운 바람직한 음악, 문화교육의 가치는 별 것이 아닌 것 같더라도 최고의 가치를 일깨워 줄 교육의 성과와 의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 긴 겨울 방학도 막바지에 이르고, 만물이 봄의 기운을 느낀다. 학년이 높아지고, 상위 교육기관으로 진학하는 많은 학생들, 졸업을 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사회 초년생 등 어떤 상황에 있는 사람이든지 이 봄날에 지각과 역량 그리고 내면적 삶의 가치가 한 단계 높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만7세 이상 전석 초대로 준비되고 있지만 봄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주위에 넘쳐나는 전자음향이 아닌 클래식 악기들의 향연에서 교육적인 가치를 느껴볼 만한 한 연주회를 소개한다.

28일(토)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제5회 대구 베누스토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대구의 많은 연주자들이 겨울방학 기간 중 달콤한 휴식을 포기하고 청중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있는 음악회로 준비해 온 관현악의 향연이다.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악장으로 계명대 예술공연대학의 겸임교수직을 겸하여 활동하고 있는 정우균 교수가 지휘봉을 잡으며, 그와 음악적으로 교감을 나누고 있는 유능한 연주자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선물한다. 연주 목록은 휴식 시간을 분기점으로 전반부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바이올린 독주, 이승연) 등 고전적인 작품들, 그리고 후반부에는 뮤지컬 캣츠 중 메모리 같은 대중적인 음악들을 관현악 연주용으로 편곡한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적인 교육을 생각하며 가족이 함께 참석하여 관현악의 조화 속에 빠져봄이 어떠할까 싶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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