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선종한 고(故)김수환 추기경이 자신의 각막을 기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기 기증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장기기증운동본부 등에서는 김 추기경의 안구기증이 침체된 국내의 장기 기증 문화 활성화와 함께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기경 본받고 싶다' 기증 문의 늘어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17일과 18일 이틀동안 쏟아지는 전화로 눈코뜰새 없었다. 대부분 고 김수환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했다는 사실이 알려진후 자신도 생전에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박유화 간사는 "17일 오전부터 10여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고 18일까지 이틀동안 평소 두 배가 넘는 30~40통의 전화가 이어졌다"며 "안구기증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뜻이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16~18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에는 450여명이 각막 등 장기 기증의사를 밝혔으며 이는 평소보다 3, 4배가 넘는 숫자다. 운동본부가 18일 명동성당 앞에서 장기기증 캠페인을 벌이자 100여명이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장기기증을 담당하는 민간기관과 정부부처는 '추기경 효과'에 잔뜩 고무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따르면 장기기증 뇌사자 수는 2002년 36명에서 2005년 91명, 2007년 148명, 지난해 250명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이식된 장기는 신장, 간, 심장 순으로 모두 1천119개로 집계됐다.
보건복지가족부 공공의료과 김지혜 담당은 "장기기증 뇌사자가 해마다 조금씩 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추기경의 숭고한 뜻이 장기 기증문화를 확산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뇌사자 발굴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장기 구득기관을 지원하는 한편 장기 기증 뇌사자 유족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등 방안을 마련, 기증 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장기 기증자 차별 철폐해야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뇌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장기를 기증한 후 겪는 각종 불이익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 장기 기증자의 경우 그동안 보험가입에 제한을 받거나 취업제한, 강제퇴직 권고 등으로 불편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문에 장기기증 희망자가 2006년 13만5천413명에서 2007년 9만8천561명, 지난해 8만8천859명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신장 기증자와 이식인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 홍영기 대구경북지회장은 "매달 한차례씩 신장 기증자와 수혜자가 만남을 갖는데, 장기 기증 후에 겪은 갖은 불편과 차별을 토로한다"며 "장기 기증 문화가 확산되려면 법률 및 사회제도적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지난해 장기기증자에 대한 각종 차별이나 불이익이 없도록 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안'은 조만간 국회 상임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