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로 교육청과 학교들이 '무한 학력경쟁' 체제로 내몰리고 있다. 성취도 평가 결과 공개는 전국 180개 교육청 간의 학력 차이를 그대로 드러낸데다 성적이 낮은 학교에 대한 문책, 2011년 학교별 결과 공개 등을 앞두고 있어 교육청과 학교들이 성적 올리기에 비상이 걸렸다.
◆'성적향상'이 과제=성취도 평가 결과가 부진했던 대구 달성교육청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평가 결과를 분석해 학력 향상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학력 향상'을 주제로 다음 달에 교감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달성교육청 배인숙 장학사는 "지난해부터 초교4~중3을 대상으로 진행한 '아침수학 10분 공부'를 올해는 초교3까지 확대하고 기초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독서와 글쓰기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수성구 A중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줄이기 위해 해당 학생을 대상으로 교사가 학생에게 개별 과제를 주고 평가하는 '1대 1' 학습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북 상주중학교는 학력 향상을 위해 처음으로 지난 겨울방학 때 중1을 대상으로 10일 동안 보충수업을 했고, 3월부터 방과후학교 과목을 특기 적성에서 주요 교과목 위주로 개편할 계획이다.
구미 선산중학교는 3월부터 학습부진과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친한친구교실'을 운영한다.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교과 담임 교사들이 이들을 특별 지도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한 명도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당국도 분주=대구시·경북도교육청은 내년부터 교과부가 성적 향상도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원하기로 하자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시교육청은 자체 예산을 마련해 올해부터 학습부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제동행 자존감 회복 캠프'를 운영한다. 또 '대구e-스터디' 사이버담임제를 실시해 학습부진 학생을 특별 관리하도록 하고 학습부진 학생은 수학 등 일정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경북도교육청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를 대상으로 교장 공모나 우수 교사를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수업컨설팅도 계획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높은 전국 1천200개교를 선정해 학습 보조 인턴교사 채용비나 대학생 멘토 장학금 등으로 학교당 평균 5천만~1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무한경쟁, 부작용도 우려=교육당국의 성적 향상 대책에 대해 여론을 무마하고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한 '졸속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내년 3월부터 학업성취 향상도를 교장·교감 평가에 반영해 인사와 연계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대구시교육청도 초교에는 담임교사 책임제, 중·고교엔 교과담임교사 책임제를 도입해 학교를 강하게 압박할 계획이다.
대구 중구 B고교 교사는 "기초학력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와 교육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지만 특목고나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에 몇 명을 합격시켰느냐가 주된 관심사이기 때문에 학력 부진 관련 대책들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달서구 C중학교 교사는 "교장들은 교사들을 닦달할 것이고 그러면 당장 1, 2점 올리려고 수업시간에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하는 등 공교육의 파행적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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