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의 대들보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미완의 대기에 머물고 있던 국내 농구 최장신(221㎝) 센터 하승진(23)이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하승진은 1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F와의 경기에서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골밑을 장악, 22점 13리바운드로 맹위를 떨치며 전주 KCC의 87대77 승리를 이끌었다. 22득점은 하승진의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득점(종전 21득점)이다. 덕분에 KCC의 허재 감독은 역대 11번째로 정규리그 통산 100승(103패)을 거둔 사령탑이 됐다.
삼일중·고교 출신인 하승진은 큰 키 덕분에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두 살 위 누나인 하은주(신한은행)도 202㎝나 되는 등 신장이 강력한 무기인 농구에서 남매는 모두 두각을 나타냈다. 2004년 하승진은 국내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미국 프로농구(NBA)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수준 높은 농구를 경험하면서 기량도 쑥쑥 자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NBA의 벽은 높고 두터웠다. 기동력이 떨어지고 유연성이 부족한 탓에 좀처럼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160㎏에 달하는 체중 때문에 무릎 등에 부상을 당할 위험도 높았다. NBA에서도 하승진의 키는 보기 쉽지 않은 장점이었지만 하승진보다 10여㎝ 작은 상대들은 하승진보다 빨랐고 뛰어난 탄력으로 하승진의 키를 극복해버렸다.
226㎝인 중국 국가대표 센터 야오밍(휴스턴 로키츠)이 드문 경우일 뿐, NBA 각 구단에서 센터 역할을 하는 선수들의 키는 대개 210~215㎝ 정도다. 1990년대 맹위를 떨쳤던 명센터 하킴 올라주원과 패트릭 유잉 모두 키가 213㎝이었고 베이징올림픽 때 미국 대표팀의 골밑을 지킨 드와이트 하워드(올랜도 매직)의 키도 211㎝이다.
한 차례 좌절을 겪었지만 아직 젊은 하승진에 대한 기대는 컸다.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전주 KCC에 입단하며 체중도 130kg대로 줄이는 등 착실히 준비, 이번 데뷔 시즌 서장훈(207)과 함께 만리장성을 쌓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직 느린 움직임은 팀 전체의 속도를 떨어뜨렸고 서장훈과의 출장 시간 조절을 두고 갈등이 생겼다.
'신인왕 0순위'라는 기대에 못 미치던 하승진은 서장훈이 인천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되고 발가락 부상으로 한 달여 만에 코트로 돌아온 뒤 달라졌다. 장점인 키를 살려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위력을 발휘했고 공격에서도 점차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평균 기록은 8.8점 7.1리바운드에 머물고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기록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신감을 회복한 것. 아직 자유투와 중거리슛, 섬세한 골밑 움직임 등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제 하승진의 기량이 더 성장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하승진의 잠재력이 폭발한다면 아시아 무대에서 중국과 중동세에 밀린 한국 농구가 옛 명성을 회복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 남은 시즌 동안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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