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소비 시대는 이제 끝난 듯,정신적 풍요 누릴 방향 전환을
바야흐로 '마이너스' 시대가 왔다. 한국 경제라는 큰 배의 공식 선장에 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장률이 -2%에 머물고 일자리 20만개가 사라진다고 전망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4%로 예측했다. 실제로 최근 신규 취업자 수도 -10만명이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747 공약'은 연평균 7% 성장을 장담했는데 어인 일인가?
설상가상, 최근 두 달 새 약 42만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1월 자영업자 수는 총 558만7천명으로 2000년 2월의 552만4천명 이후 최저치이며, 2008년 11월의 600만3천명에 비해 42만명 정도 줄었다. 자영업 등 소상공업 4곳 중 3곳은 '마이너스' 곧, 적자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는 정부 고위층으로부터 '비판을 자제하라'는 경고를 받았단다. 당국은 '안 그래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 격려는 못할망정 비판만 하니 더 악화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하나, 바로 이 태도야말로 진짜 문제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우리가 믿어 온,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를 핵심으로 하는 경제 구조가 모두에 행복을 줄 거라는 신화는 한마디로 허상이다. 그 근거는 이렇다. 대량생산을 지탱하던 석유 등 화석에너지의 고갈이 가깝다. 다른 자원도 바닥을 칠 날이 멀지 않다. 또 대량생산한 상품을 대량 판매할 시장도 포화 직전이다. 게다가 폐기물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상 기후가 자주 나타나는 것도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는 증거다.
2008년 봄 일부 초국적기업의 농간에 의한 식량가격 폭등으로 세계 수십개 나라에서 식량폭동이 났다. 석유 등 화석에너지 고갈이 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거의 모든 생활이 '올 스톱'이다. 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가 설 것이며, 옷도 편히 사 입지 못하고, 출퇴근도 자동차 없이 해야 한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는 것처럼, 석유 고갈로 인간의 삶은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바로 이 맥락에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고 일자리가 줄고, 사업이 잘 안 돼 망하는 기업이 느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보다 차분히 보면 앞으로 다가올 대파국을 미리 알려주는 신호탄이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큰 병을 앓기 전에 대개 감기가 와서 신호를 주는 것과 같다. 즉, 감기는 '몸에 저항력이 떨어졌으니 생활 태도를 반성하라'는 경고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감기에 '고맙다'고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 앞의 각종 '마이너스' 지표들은 '여태껏 살아온 대로 하다간 총체적 파멸이 올지 모르니 제대로 반성하라'는 경고 메시지다. 따라서 우린 마이너스 지표들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쉬쉬 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해야 한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쓴 더글러스 러미스는 경제성장이라는 강박증 뒤엔 두려움이 놓여 있다고 한다. 즉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집 없이 떠도는 노숙자가 될지 모른다는 공포, 혹은 병이라도 나면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할 거라는 공포다. 이 두려움, 공포, 불안감을 줄이려면 상부상조 사회를 실현하고, 그 어떤 구성원도 빠짐없이 서로 돌보는 우정과 환대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 사회 양극화나 정신적 사막화에 시달리는 현실을 직시하자. 이제는 물질적으로 풍요한 유토피아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오히려 정신적 풍요의 방향으로 전환하자. 이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아래로부터의 공감대 확산과 민주주의적 압박 없인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일단 새로운 길을 선택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경제성장보다도 훨씬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생산방식과 생활방식을 보다 근본적으로 반성하자.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성취하는 것을 행복의 지름길이라 믿어 온 공식을 이제는 버리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고, 두루 검소하게 살며, 적게 쓰고 많이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대파멸로부터 구할 '지혜의 길'이 아닐까?
강수돌 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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