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인물] 인디언 마지막 전사 '제로니모'

입력 2009-02-17 06:00:00

최후의 인디언 전사 제로니모(Geronimo)를 주인공으로 하는 서부영화는 얼추 30편이 넘는다. 대부분 '잔혹한 살인자'로 그리고 있지만 실제로 그럴까. 그는 1909년 오늘, 80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그때도 죄수 신분이었다.

그의 삶은 멕시코와 미국의 침략에 맞서 저항과 복수로 일관했다. 1851년 멕시코 군대가 현재의 애리조나주 치리카후아 아파치 부족을 습격, 그의 아내와 아이들, 어머니까지 학살했다. 그 후부터 그는 멕시코와 미국 땅을 휩쓸며 복수전쟁을 벌였다.

그는 족장이 아니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모든 전사가 함께 싸우길 원했다. 모든 인디언들이 저항을 포기하고 보호구역으로 이주했지만 그는 1858년부터 1886년까지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벌였다. 5천여 군대의 포위를 뚫고 36명으로 구성된 무리로 저항하다 결국 기병대에 항복했다. 군 형무소에 있으면서 교회에 나갔다가 도박 때문에 쫓겨나고 상업적인 행사에서 자신의 사진과 기념품을 팔기도 했다. 말년에는 다소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였지만 각계의 청원에도 사면받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아직도 앨라배마주 포트 스틸의 인디언 죄수 묘역에 묻혀있다. 미국인들에게는 여전히 '위험한 범죄자'로 남아 있는가.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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