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노후대비한 '죽음의 경제학'

입력 2009-02-17 06:00:00

'죽음의 경제학'이란 것이 있다. 죽음과 관련해 발생하는 다양한 경제적 거래, 예를 들면 잔여 재산의 적절한 처리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경험할 질병에 대한 대처, 살아있는 동안 얻고자 하는 즐거움 등에 대한 금전적 지출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다루는 것이다.

경제학이란 용어를 알면 죽음의 경제학이 덜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경제학이란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 분배 및 지출하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화한 학문이다. 석유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석유 매장량과 생산량이 급증하는 소비 수요에 비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봉이 김선달이 거저 팔았다는 물도 값을 치르지 않고는 맑은 물을 얻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심지어 아파트 뒤편의 맑은 공기와 새소리도 아파트 가격에 반영되고 일조권 분쟁도 금전적 보상이라는 법원의 판결로 귀착되고 있다.

그렇다면 죽음의 경제학은 어디서 오는가. '둘도 많으니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구호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노령인구가 급격히 늘고 노동인구 계층이 급감할 것을 우려해 출산장려 정책을 쓰고 있다. 보통의 봉급생활자들이 평생 모은 재산이라야 달랑 집 한채와 퇴직금이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처럼 자식들이 부모를 모시는 것을 당연시하지 못한다. 또 우리나라가 대단한 복지 국가도 아닌 상황에서 길어진 평균수명에 맞춰 퇴직 이후의 경제적 삶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여 하나 남은 이들의 집을 이런 모양, 저런 모습으로 죽는 날까지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모기지론이나 역모기지론 등과 같은 금융상품을 팔고 있다. 또 노후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질병은 특성상 그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 이러한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건강을 유지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첨부해 판매하는 생명보험 관련 상품들도 젊은층으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즉, 이제는 젊어서부터 노후와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과 인생을 직장을 통해 실현한다는 패기에 찬 명사의 말은 어쩌면 노후와 죽음에 대한 대비책에 밀려 그 의미가 퇴색될지도 모른다.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니 모든 것을 자식에게 쏟아 붓는다는 말은 이제는 더 이상 보편적이지 않다.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즐기던 술과 담배를 멀리할 것이고, 건강식에 해당되는 상품들은 더욱 잘 팔릴 것이다. 노후 여가에 대해 여가 업체들은 다양한 서비스 상품개발에 몰두할 것이다. 공공 및 사립 양로시설도 증가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주거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죽음의 경제학이 경제학이라는 접미어를 가질 만큼 비중이 있는 것은 인구 규모와 그들이 보유한 부의 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또 '우울한 과학'이라는 별칭의 경제학이 죽음의 경제학까지 이른 것은 서글퍼 보이지만, 과거보다 자신의 경제적 의사결정 과정이 확대된 것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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