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돌풍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인기비결?

입력 2009-02-17 06:00:00

예측을 깬 '황당'스토리 궁금해서 저녁 채널 꾹~

SBS TV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4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안방 극장 1위를 달리고 있다.

시청률 조사 회사 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아내의 유혹'은 9일부터 13일까지 평균 39.0%의 시청률을 기록, 방송 3사 전체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5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다.

세간에서 초특급 '막장 드라마'로 불리는 '아내의 유혹'이 40%에 육박하는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 네티즌은 "오후 7시 20분, 그야말로 밥 먹는 시간이다. 밥은 꼬박꼬박 먹어야 하고, 밥을 먹다 보면 드라마를 보게 되고, 드라마를 보다 보니 사건의 흐름에 푹 빠져버렸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아내의 유혹'을 보기 시작했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든지 중간에 안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리모컨 들고 채널 돌리는 일이 대단히 힘든 작업은 아니니 말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는 담배의 니코틴처럼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는 요소들이 많다. 불륜, 존속 살해, 음모, 출생의 비밀, 남편의 외도, 복수, 납치, 폭력, 고함, 싸움, 남의 남편 빼앗기, 눈물이 난무한다. 그러나 그런 정도로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이전 드라마와 다른 특징은 '황당무계함' 혹은 예측을 불허하는 '치밀함'이다. 덕분에 '아내의 유혹'은 매편 이야기 전개는 물론, 결말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구은재(장서희)의 원한과 복수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민건우(이재황)의 양어머니 민 여사(정애리) 역시 은재의 시가인 정씨(김동현) 집안에 지울 수 없는 원한을 갖고 있다는 점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게 한다. 게다가 그녀의 원한이 어떤 종류의 원한인지 짐작도 어렵다.

또 아무리 변신했다고 하지만 남편(교빈 역·변우민)이 아내(은재)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어린이용 만화'에 가깝다. 게다가 유서를 쓰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민소희(채영인)라는 인물이 살아와 또 다른 복수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입양된 오빠를 좋아하다가 자살을 기도했던 소희는 돌아와서 누구에게 무슨 복수를 한다는 말일까?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인물이 있다면 은재를 사랑하는 건우다. 그는 소희가 사랑했던 사람이다. 주요 등장 인물들이 모두 '복수'에 혈안이 돼 있지만 그는 '복수는 행복의 길이 아니다'며 은재를 설득한다. 그러나 죽은 줄 알았던 소희가 살아와 복수를 시작한다니, 유일한 훈남이었던 건우 역시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속단할 수 없다. 만약 건우의 변신, 돌아온 소희의 복수가 시청자의 공감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 드라마는 보기 드물게 치밀하다는 평가를 얻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드라마의 '관행'대로라면 이 드라마는 은재가 교빈의 집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복수를 시작, 그 집안을 말아먹는 정도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유서를 쓰고 바다에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진 소희의 등장은 이 드라마가 이미 평범한 '복수' 드라마의 여정에서 벗어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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