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기준안이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법원은 각 사건에 대한 모든 요소를 세심히 살펴서 적합한 형을 내렸다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편차가 나게 보일 수도 있어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양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다."
-죄목별 형량이 정해져 있는데 굳이 기준안이 왜 필요한가?
"법정형은 형벌법규에 규정돼 있는 형량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가령 횡령죄에 대해 징역 5년 이하, 벌금 1천500만원 이하로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법정형이다. 법률상 감경, 가중 등의 사안을 고려한 것이 처단형이다. 또 개인적인 양형인자 즉, 전과 및 합의 여부, 고의냐 우발이냐, 잔혹성이 있느냐 등 여러 인자를 고려해서 법관이 재량으로 정하는 것이 선고형이다. 법관의 시각과 제출된 양형 요소들의 질적인 차이 때문에 선고형에서 차이가 난다. 법원 입장에서는 모든 양형인자를 스스로 다 알 수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유사한 사안이라도 어느 정도의 차이는 날 수 밖에 없다."
-전관예우, 즉 능력 있는 변호사에 따라서도 판결이 달라진다는 뜻인가?
"한 사건에 대해 어떤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감경 양형인자를 모두 찾아내 제출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들은 그 부분에 대한 감이 떨어져서 그러지 못할 수 있다. 기술자도 실무경험이 많은 사람과 금방 자격증을 딴 사람과 차이가 난다. 수임료가 많다고 해서 전관예우를 해주기 때문이라는 시각은 무리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그런 시각들에 대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결국 능력 있는 변호사, 즉 수임료가 비싼 변호사가 유리하다는 뜻이 아닌가?
"전관을 달리 취급하지 않는다고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국민 눈에 그렇게 비쳐진다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법관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전관이 평균적으로 소송능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관이 선임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석방됐다면, 사건은 보지 않고 단순히 전관 출신 변호사와 석방이라는 판결만 본다. 석방될 사건이어서 석방됐다면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워낙 국민들이 전관을 예우한다고 하니까 오히려 전관에 대해 역차별한다는 말도 나온다. 행여 오해를 살까봐 더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과거 판사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양형기준안이 나온 것 아닌가?
"외형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많은 양형인자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울러 법관 개인의 가치관 차이도 있을 수 있다. 그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판사는 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 기준에 맞춰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 다만 법관 개인의 성향, 가령 성폭행범을 용서 못하는 판사가 있다면 다른 판사에 비해 형이 무거울 수도 있다."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우스개로 '이기면 좋은 판사, 지면 나쁜 판사'라는 말이 있다. 과연 객관적으로 법관을 평가할 수 있을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판사들끼리는 서로를 평가하지 않나?
"재판 모습에 대해 서로 모니터를 하기도 한다. 외부인들에게 재판을 방청한 뒤 설문지를 돌려 채점을 요구하기도 한다. 법 수요자 입장에서 어떤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은지 평가해달라고 요구한다. 일부 판사들이 변호사나 사건 당사자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재판부 스스로도 재판 과정을 촬영한 뒤 직접 보기도 하고, 다른 판사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나 당사자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이후 판결에 대해서도 신뢰를 갖지 못한다. 이 부분에 대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변호사회에서 나온 자료에는 판사가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원래 반말은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형사든 민사든 피고인이나 방청객 누구에게도 판사라고 해서 반말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재판을 하다 보면 당사자들이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재판 진행을 고의로 늦추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다투기도 한다. 판사도 사람인지라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래도 반말하거나 핀잔을 줘서는 안 된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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