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얼굴을 공개한다는데 여론무마용 아닌가요?"
부녀자살인범 강호순 사건으로 12일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정부와 한나라당간 협의 내용이 흘러 나오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흉악범 신상공개 방침을 정했다가 폐기해놓고 또다시 이를 앞세우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성폭력범 신상 공개도 실제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흉악범 얼굴공개 실효성 있나?=정부와 한나라당은 살인·강도·강간·납치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제1정조위원장은 "최근 강호순 연쇄살인사건과 제주도 여교사 살해사건 등으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어 흉악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범죄예방 효과와 추가 범죄에 대한 신고, 증거 수집 활성화 측면에서 신상공개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정은 흉악범의 범위를 현행 '특정 강력범죄 처벌 특례법'에 명시된 강도살인, 강간살인, 납치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로 하고 얼굴 및 신상 공개의 근거 마련을 위해 법무부가 특례법에 특례 조항을 신설키로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문제가 많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강력 범죄에 대한 예방효과를 이유로 이같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난여론 무마용으로 내놓은 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전문가는 "일부 언론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 범죄예방 효과보다는 오히려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며 "일시적인 여론에 떠밀려 시행하기 보다는 범죄예방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단 한 명도 없어요=실제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얼굴과 거주지, 범죄내용 등 신상정보가 지난해 말부터 낱낱이 공개됐지만 정작 열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흉악범 얼굴 공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가족부는 전국의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78명의 정보를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상이 공개된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78명중 대구는 4명으로 지역별로 남구, 동구, 달서구(2명)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2일 오후 대구경찰청의 4개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에 확인한 결과,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 열람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대적으로 떠들었던 '성범죄자 신상공개'도 시행 2달간 열람 실적이 전무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신상정보 열람이 가능한 대상을 아동·청소년의 부모와 아동·청소년 교육기관장으로 한정하고 관할 경찰서를 직접 방문, 지정된 장소에서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뒀기 때문. 애초 '누가 직접 가서 보겠느냐'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대구 여성의 전화 조윤숙 대표는 "사람을 무는 개를 풀어놓고 어떤 개가 문다고 알려주겠다는 게 현재 정부의 방식"이라고 꼬집으면서 "근원적인 예방과 해결을 위해서는 성범죄 등 강력범죄자들의 심리적 요인 등을 분석해 교화하는 방식도 병행돼야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열람기간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통과여부는 여야의 쟁점법안에 가려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