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오직 벌어가기만 하나…지역공헌 약속 '소홀'

입력 2009-02-12 09:52:16

'유통 공룡' 롯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3년 백화점을 개점해 대구지역에 본격 진출한 롯데는 올해 소주시장을 공략하는 데 이어 내년엔 대형소매점과 아울렛, 2011년 프리미엄 아울렛 개점으로 지역 상권을 '싹쓸이'할 태세다. 거침없는 '몸집 불리기'로 대구 상권을 장악하는 반면 지역기여도는 미미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주까지=롯데는 최근 계열사인 롯데칠성을 통해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인수했다. 롯데가 두산의 소주 '처음처럼'을 인수함에 따라 금복주가 버티고 있는 대구경북지역 소주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롯데가 대구경북에 위치한 백화점과 대형소매점인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유통망을 총동원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파괴력이 막강하기 때문. 대구지역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1월말 현재 대구경북지역 소주시장 점유율은 금복주가 89.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진로는 10.2%이며, '처음처럼'의 두산은 0.3%이다.

금복주 김석 상무는 "롯데가 소주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라면서 "지역 기업 이미지를 널리 알리고 지역에 대한 봉사활동을 강화해 소주시장을 수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렛마저=롯데는 내년에 율하지구에 대형소매점인 롯데마트와 아울렛을 개점한다. 지금까지 대구에는 롯데마트가 없는 상태였다. 동구지역에 롯데마트가 들어서면 인근 전통시장과 영세한 슈퍼마켓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아울렛도 마찬가지. 기존 모다아울렛, 올브랜아울렛 등 지역 아울렛들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역 아울렛업계는 "이미 과포화상태에 이른 아울렛시장에 롯데가 진출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롯데는 기세를 몰아 2011년에는 봉무동 이시아폴리스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개점한다.

◆지역 기여는 제자리=현재 롯데는 대구에 백화점 2곳과 영플라자를 갖고 있다. 세곳의 매장이 올리는 연간 매출액은 6천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미 롯데는 지역 백화점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 백화점업계의 자존심이었던 대백프라자는 수년째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매출을 추월당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본점은 아울렛으로 전환하는 등 롯데의 진출 타격은 컸다. 게다가 지역 두 토종 백화점은 계속되는 VIP고객 유출로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영플라자 영향으로 동성로 로드숍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의 사은품 등 물량공세와 이벤트 등으로 고객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 동성로 한 의류대리점 주인은 "대형소매점 때문에 동네상권이 붕괴된 것처럼 영세 로드숍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구에서 3곳의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의 영향으로 지역 토종 영화관들의 매출도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이마트 등 대형소매점이 있는 상황에 롯데까지 가세하면서 역외 자금 유출과 지역 상권 붕괴 등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한 경제계 관계자는 "롯데가 대구상권을 싹쓸이하고 있지만 지역에 기여하는 것은 거의 없다"면서 "대구시는 대형소매점에 대해서는 지역기여도를 높이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지역업체들에 준하는 기여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 롯데 사명 '만인의 사랑' 받으라는 뜻으로 지어=창업자 신격호 회장이 원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연인 샤롯데에서 회사의 이름을 따 왔다는 것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샤롯데처럼 '만인의 연인'으로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고자 샤롯데에서 '샤'자를 빼고 롯데라고 이름 지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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