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 권하는 사회…"미래 불안 심리로 호황"

입력 2009-02-11 09:32:23

▲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로 인해 점집이 호황을 맞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대 북문 인근의 한 사주카페. 이곳 업주는
▲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로 인해 점집이 호황을 맞고 있다. 대구 북구 산격동 경대 북문 인근의 한 사주카페. 이곳 업주는 "지난해에는 주말에 손님이 많이 왔으나 올해는 방학이고 평일인데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 9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대 북문 맞은편의 한 사주(四柱·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근거해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카페. 졸업 후 2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라는 남모(26·여)씨는 "정부가 공무원 채용 인원을 줄이는데 시험 준비를 계속해야 할지 몰라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상담 결과 남씨의 운세는 "올해는 어렵다"는 것. 하지만 남씨는 담담했다. 남씨는 "올해는 다를까 싶었는데 역시나인 것 같다"며 "그래도 시험 준비를 그만둘 수는 없다"고 했다. 옆에 있는 또 다른 사주카페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예약만료 상태였다. 한 대학생은 "5천원으로 사주를 볼 수 있어 재미 반 궁금증 반으로 오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경기불황에 고통받는 젊은층과 중장년층들이 점(占)집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학 캠퍼스, 도심 번화가 등 젊은층이 자주 다니는 곳에서는 최근 '사주쇼핑'이 유행이다. 불안한 미래를 점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점집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범대 졸업 후 일자리를 잡지 못한 조모(27·여)씨는 최근 사주카페에서 위안을 얻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뜻과 부합한 올해 운세가 나왔기 때문. 조씨는 "지난해 여름에도 손금을 통해 어떤 직업이 맞을지, 결혼운은 어떤지 확인했는데 같은 결과가 나와 만족스러웠다"며 "대학원 진학 결심이 더 굳어졌다"고 했다.

일부 젊은층들은 점집을 순례하듯 다니며 타로점, 사주, 손금, 관상 등을 보며 '사주쇼핑'을 하고 있다. 한 20대 여성은 "결혼과 직업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10만원을 들여 타로점, 사주, 손금, 관상을 다봤다"며 "용하다는 점집에서 말한 결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점집을 찾는 것은 중장년층도 마찬가지. 중구의 한 무속인은 "최근 공무원·직장인 부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승진 여부나 명예퇴직 여부, 노후문제 등을 주로 묻는다"고 했다.

매년 영험하다는 경북의 한 점집을 찾아갔던 오모(52)씨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신년 운세를 보지 못했다. "점을 보려는 사람이 많으니 정월대보름까지는 오지말라"는 귀띔 때문이다. 오씨는 "아무리 점을 잘 본다고 해도 이렇게 오래 기다리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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