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고이, 경북" 엔高시대 일본인 관광객 몰려

입력 2009-02-11 09:47:00

5일 포항의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구룡포 적산가옥 단지(옛 일본인 거리)에 20여명의 일본인 관광객이 찾았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 등지에서 온 이들은 100년 전 한반도 육지의 동쪽 끝까지 옮겨와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흔적들을 둘러봤다.

다음 코스는 구룡포 읍내의 과메기 식당. 너나없이 난생 처음 접하는 '묘한' 맛에 빠져들었다. 장소를 옮겨 영덕 강구항까지 진출한 일본인들은 한 마리만으로도 대형 접시를 가득 채우고 남는 대게맛에 매료돼 "스고이!"(대단하다)를 연발했다. 마지막날 경주에서는 일본 현지에서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고는 푸짐하게 맛보기 어려운 감포 참전복 요리가 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다.

경북도가 기획한 '미식(美食)기행'에 참가한 이들 일본인들은 2박 3일 일정으로 경북 동해안 곳곳을 돌며 맛기행을 하게 된다. 지난 5일 첫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매주 목·금요일에 진행되는 투어는 매회 정원 15명을 넘기고 4월까지 예약이 찼다.

일본 관광객들은 "10만엔(150만원선) 정도의 비용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프로그램"이라며 대만족을 표시, 대게가 잡히는 5월까지 일본인을 겨냥한 최고 인기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강구항 대게식당에는 3월 중순까지 10만원씩 선금을 건 일본인이 수백명에 이른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 힘입어 경북도는 송이버섯이 나는 여름 이후를 겨냥, '봉화 송이-영주 인삼-문경 도자기'를 연계한 경북 북부권 맛기행 상품도 준비중이다. 이희도 경북도 관광마케팅 사업단장은 "늦겨울 대게와 전복, 봄철 경주 벚꽃, 여름 이후의 인삼과 송이를 엮으면 서울·부산에 머무르는 일본인들을 경북까지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도내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일본인 관광객 유치 대작전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1980년대 부산이 누렸던 일본인 관광특수가 경북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내고 있다.

포항시는 '일본 테스크포스'까지 새로 구성해 '3월부터 1년간 1만명의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첫번째 과업으로 제시했다. 서울-경주-포항, 부산-경주-포항의 2가지 관광상품을 각각 2박 3일과 3박 4일 코스로 개발해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

장정술 포항시 일본T/F 팀장은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유명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내세우는 '한류스타 마케팅'과 불빛축제(7월 25일∼8월 1일) 기간을 이용한 비교적 저렴한 비용의 관광코스가 일본인들에게 먹혀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경주도 '엔고 시대' 공략상품을 만들었다. 5박 6일에 16만8천엔(200만원가량)짜리다. 이 상품은 시판되기도 전에 300명의 선예약이 들어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도 경주에서 하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는데, 경주 관광이 절정에 이를 오는 10월까지 고객유치를 계속하는 한편 '관광객 1인당 최소 150만원가량 남는 장사'가 되리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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