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의 시대에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詩(시) 한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자괴감과 서글픔, 허무, 냉소, 패배주의…. 온갖 회한을 몸에 휘감은 채 불면의 밤을 지샌다. 이 시를 쓴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도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그는 1898년 오늘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나 부르주아 계급의 탐욕과 사회 비판을 그린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를 쓰면서 유명해졌다. 1933년 나치가 집권해 좌파 지식인을 탄압하자 체코, 미국 등을 떠돈다. 1956년 동베를린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서사극'(관객의 의식을 일깨우는 연극) 이론을 실천하는 작업을 하다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말년에 동독 공산당의 관료주의를 풍자하는 시를 썼고 노동자 봉기를 옹호했다. 행동하지 못하고 늘 회의하는 것은 어디 그 혼자뿐일까.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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