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를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한참이나 계속될 것 같던 겨울방학도 끝났다. 방학을 하면 늘 가졌던 가족여행도 이번엔 아이의 빠듯한 학원수업 탓에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다. 바쁜 생활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남편은 그나마 과거 가족 여행을 통해 딸과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었기에 왠지 더 아쉬워하는 것 같다.
이제 중학생이 될 딸의 유일한 취미는 만화그리기 활동이다. 얼마 전 부산에서 한 만화동호회에서 주최한 '코스프레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딸은 무척 고대하고 있었다. 행사가 열리는 날이 마침 주말이라 예전에 준비해 둔 코스프레 복장을 챙겨들고 아빠와 함께 부산행사에 참여하게 된 딸은 무척이나 흥분하고 행복해 보였다. 아마도 이렇게 아이의 취미활동에 따라가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여러 차례 '처음'을 맞이하게 된다. 첫 걸음마부터 시작해 수많은 처음의 순간들엔 대부분 부모가 함께하게 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그랬고 우리 아이의 처음의 모든 순간에도 그랬다. 이제 곧 중학생이 될 딸과 얼마나 더 많은 '처음'을 경험하게 될지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것 같진 않다.
필자 기억 속의 아버지와 함께했던 '처음'의 경험으로 문득 맥주를 마시던 일이 생각이 난다. 고교 졸업이 가까워졌을 때쯤 아버지는 언니와 필자에게 맥주 한잔을 따라주며 이야기했다. "이제 대학생이 되고 사회에 나가게 되면 때에 따라 맥주 한잔 정도는 마셔야 할 때가 있으니 아빠가 술 마시는 법을 가르쳐주마"라고 말이다.
술이란 건 무조건 안 좋은 거라 생각했던 우리는 당황했지만 어른이 되는 한걸음이라는 생각에 아버지의 지도 아래 두 손으로 얌전히 맥주잔을 들고 맛을 보았다. 먼저 시범을 보이던 아버지는 음료수처럼 맛있게 마시고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맥주 맛을 본 우리는 너무 써서 뱉어버리고 말았다. 아버지는 웃으며 "여자도 맥주 한잔 정도 가볍게 비울 수 있어야 해"라며 다시 따라주었다. 지금도 가끔 맥주 한잔 할 때마다 생각나는 그때의 경험. 그렇게 처음의 경험은 오래오래 기억 속에 남는 것 같다.
이번 부산여행에 따라간 남편은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고 또 즐거워하는 걸 본 지 오랜만인 것 같다"며 내심 함께했던 것을 기뻐하는 듯했다. '아마 우리 아이도 오래오래 아빠와 함께한 이 시간을 기억하겠지.' 알지도 못하는 만화캐릭터들이 모여 있는 부산 벡스코(BEXCO) 광장에서 아빠는 아이의 생각을 함께하며 같은 눈높이로 웃으며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곧 우리 아이는 초교를 졸업한다.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서울에서 대구로 이사를 오게 돼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을 못했던 우리 아이는 이번이 처음 맞이하게 되는 졸업식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졸업식을 주중에 한다니 아마도 아빠는 참석을 하기 힘들 것 같다. 아쉬운 대로 영상폰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아빠에게 아이 졸업식 광경을 보여줘야겠다.
조미경(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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