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불법 간판정비' 마찰

입력 2009-02-09 09:08:56

"이 불경기에 간판이라도 눈에 띄어야 손님이 올 것 아닙니까?"

대구시와 각 구·군청이 대대적인 업소 간판정비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도시미관을 살리고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자는 행정당국과 돈 들여 설치한 간판을 일방적으로 철거하라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업주들 간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간판 2개 중 1개는 불법=8일 오후 2시쯤 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신매광장 주변 식당가. 건물마다 형형색색의 갖가지 간판들이 내걸려 있었다. 가게 정문 위에 기다랗게 걸린 가로형 간판부터 건물 옆에 돌출간판까지 수십개의 간판이 건물 한곳에 빈틈없이 붙어 있다. 대구의 주요 간선도로나 이면도로, 주택가 골목까지 덕지덕지 걸린 간판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구시와 각 구·군은 난립하는 불법 간판을 정비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7년에 옥외광고물 전수조사를 했다. 올해 6월 말까지 자진신고기간을 정해 업주들이 규격에 맞지 않는 간판을 자진 철거하거나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사 결과 대구시내 간판은 모두 23만8천113개. 이 중 적법한 것은 10만7천713개(44.8%)에 불과해 둘 중 하나는 불법이다. 불법 간판은 허가·신고절차를 무시했거나 수량초과, 설치장소 위반, 규격위반을 한 것이 대부분이라 정비대상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간판을 설치할 때 구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예 모르는 업자들이 있다"며 "불황으로 업소 변경이 잦고, 규격 5㎡ 미만의 간판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규를 확대 해석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비 놓고 곳곳서 마찰=시와 각 구·군청은 오는 6월 말까지 불법 간판에 대해 신고를 유도하고, 7월부터는 불법간판에 대해서는 본격 단속에 들어가기로 했다. 집중 단속을 통해 적발될 경우에는 이행강제금(500만원 이하)을 부과하고, 행정대집행, 형사처벌(징역 1년 이하) 등 강력한 처벌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국제행사는 물론, 대구 도심 디자인을 새롭게 하자는 공감대가 있어 예전처럼 단속하다가 중도에 그만두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정비계획 기간 동안 신고절차 등을 밟아야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간판을 걸 때는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안내문을 보내고 처벌 운운하니 분통이 터진다는 게 업주들의 얘기다.

수성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47)씨는 "장사가 안 돼 몇백만원을 들여 새로 간판을 설치했는데 안내문 하나 달랑 보내고 알아서 떼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윽박지르니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구청에 간판을 신고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도 상인들에게는 부담이다. 수수료는 보통 2만원 정도지만 돌출간판 경우 도로점용료까지 내야 한다. 또 일정 규모가 넘을 경우 안전점검비까지 물어야 해 10만원 안팎의 돈이 든다. 음식점 주인 정모(52·달서구 상인동)씨는 "불황에 월세도 못 내는 판에 멀쩡한 간판을 떼내고, 신고하라는 것은 상인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새로 간판을 설치할 때부터 이 법규를 적용하는 융통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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