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달집만 태우세요" 일선 소방서 '비상 근무'

입력 2009-02-06 09:32:56

"달집만 태우세요."

달집을 태우고 달을 보면서 한해의 건강과 풍년을 비는 정월대보름. 그러나 소방관들에게는 정월대보름이 반갑지 않다. 달집 태우기, 쥐불놀이 등 곳곳에서 이뤄지는 '불놀이' 때문에 연중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올라 있다. 특히 이맘때면 겨우내 떨어진 낙엽이 바짝 말라 작은 불씨에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래서 당직자는 물론 비번인 소방관들까지 비상 근무에 동원되다 보니 소방관들에게 대보름은 가장 바쁜 시기가 된다.

지난해 경우 2월 21일 달성군 유가면 한 야산에서 정월대보름 행사를 치르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나 660여㎡의 임야를 태우기도 했다.

대구소방본부 예방안전과 손종국 소방위는 "대보름을 앞두고 유명 산이나 동네 야산 등에서는 촛불을 켜놓은 채 기도를 하는 무속신앙행위가 빈번해지는데다 지자체들이 앞다퉈 대보름 행사를 열면서 더욱 쉴 틈이 없다"고 했다.

올해 대구에서 진행될 정월대보름 행사 예정지는 14곳. 신천둔치 등 도심에서 행사가 치러지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 행사지는 멀지 않은 곳에 야산에 있어 산불이 날 우려가 높다. 대구 경우 지난달 30일 비가 내리면서 한동안 계속됐던 건조주의보가 해제되긴 했지만 대지는 여전히 건조한 상태. 보름인 9일까지 비 예보도 없다.

이에따라 대구소방본부는 8일부터 10일까지 화재특별경계근무에 돌입한다. 민속놀이, 무속행위로 인한 산불 등 화재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에 예방활동을 강화하고, 보름 당일인 9일에는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행사장과 산림 인근 촛불 무속행위 장소에 대한 순찰을 강화한다. 달집태우기 행사장인 신천둔치 등 14곳에는 소방차 17대와 소방공무원, 의용소방대원 395명을 배치해 대형사고 대비에 나선다.

한 소방관은 "전통문화라는 이유로 불놀이가 사실상 합법화되다 보니 화재발생 위험이 있다고 해서 말릴 수도 없다"며 "소방관들은 보름달을 보면서 제발 올 한해는 화재가 줄어들었으면 하고 기원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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