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상상제작소' 사이트 아이디어 봇물

입력 2009-02-03 09:50:26

'시민 여러분의 아이디어가 대구를 바꿉니다.'

대구시가 시민들의 상상력을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시 홈페이지에 개설한 '상상제작소' 사이트(idea.daegu.go.kr)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3일 문을 연지 한달 만에 14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110여건이 일정 수준을 넘어 실무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종전 시민 아이디어 공모가 일부 공무원과 극소수 시민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것에 비하면 놀라운 결과다.

이는 대구시가 올들어 보상금 지급을 세분화하면서 규모를 확대하고, 정책 반영 과정을 합리화한 데 따른 것. 질적인 측면에서의 변화도 눈에 띈다. 종전에는 생활불편사항 등에 대한 단순 건의가 대부분이었으나 이번에 접수된 아이디어는 대구시를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고민하고 의지를 담은 흔적이 뚜렷한 정책적 내용이 많다는 것. 또 지난해 경우 아이디어 제안자의 절반 정도가 타 시도민이었으나 올해는 90% 가까이가 대구시민이었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하철에서 집과 학교를 오가는 데 한참을 걷는 학생들을 위해 지하철 마지막 전동차 반 정도에 거치대를 만들어 자전거를 갖고 탈 수 있도록 해 달라', '지하철 표를 구입하는 대합실에 도착예정시간 안내 시스템을 설치해 쾌적한 대합실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해 달라', '버스 정류소에 대기자 표시등을 설치해 운전기사들이 불필요하게 차를 세우거나 승객이 있는데 통과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 등 고개가 끄덕여지는 제안들이 적잖다. '마일리지 적립하는 재활용 쓰레기통' 아이디어를 낸 북구 칠성동 박성재씨는 "시내 곳곳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늘리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교통카드를 접촉하면 개당 몇원씩 적립해주자"는 제안을 하며 쓰레기통 모형 사진까지 내놓기도 했다.

대구시는 오는 13일 실무심사를 진행해 4월 열리는 최종심사위원회에 올릴 아이디어를 결정할 예정이다. 심사는 창의성, 경제성 등을 점수화하되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탈락 작품도 소관 부서에서 채택하면 최종심사위원회에 다시 올릴 계획이다. 전국 최초로 도입된 아이디어 보상금은 3등급으로 나눠 8천~2만원을 지급하며 최종심사위원회에서 최고 100만원까지 지급한다.

대구시 자치행정과 이헌달 행정지원담당은 "아이디어 참여를 시민 생활 속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상반기에 '아이디어 누리단' 20여명을 모집하고 하반기에는 시장과 실·국장, 대구경북연구원, 시민 등이 참석하는 아이디어 실현회의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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