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버무린 무지개 밥상"…서정혜·이용숙씨

입력 2009-01-31 06:00:00

구내식당 운영, 화려한 인생2막

▲ 지역자활센터에서 요리기술을 배워 식당을 운영하는 서정혜씨(왼쪽)와 이용숙씨.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지역자활센터에서 요리기술을 배워 식당을 운영하는 서정혜씨(왼쪽)와 이용숙씨.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30일 낮 12시 30분쯤 대구 달서구 달서첨단문화회관 구내식당.

4인용 식탁 10여개에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점심식사를 하는 손님들로 빼곡했다. 뷔페식으로 꾸며져 있는 조리실앞 찬거리 진열대에도 손님들이 줄지어 음식을 담고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머리가 헝건하게 젖어 있는 여성부터 직원 명찰을 목에 건 회관 직원들, 점퍼 차림을 한 정비공까지 식당안은 60여명의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어려움을 딛고 늦깎이 사장님으로 변신해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연 이들이 있다. 주인공들은 홀로 아이들을 키우며 달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지난 3년간 요리기술을 배워 지난해 12월 공개입찰을 통해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낸 서정혜(53·여· 달서구 본동)씨와 이용숙(43·여· 달서구 본동)씨다.

지난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식당 영업을 시작한 초보(?) 업주지만 음식이 담백하고 깔끔하다는 입소문이 타면서 손님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직원, 회원들은 물론 인근 자동차매매상가 등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5가지 반찬에 들어있는 2천500원짜리 도시락도 하루 100여개가 팔려 나갈 정도로 인기다.

사업 초기에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빈틈없는 사업계획 덕분이었다. 경기불황에 서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점을 착안해 가격 거품을 확 뺐고, 입맛이 까다로운 여성회원들을 겨냥해 일절 조미료를 쓰지 않았다.

매일 바뀌는 7가지 반찬을 뷔페식으로 바꿨다. 뷔페식은 서빙하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음식 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출 수 있다. 식재료도 달성군 화원읍 농협 직거래 장터에 직접 나가 사왔다. 뷔페식 점심한끼 값은 4천원. 조미료 대신 다시마와 멸치를 우려낸 육수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식당 이름도 '무지개 밥상'이라 지었다. 비온 뒤 갠 하늘을 수놓는 무지개처럼 식당을 찾는 모든 이들이 밝게 웃을 수 있는 일만 생기라는 의미에서다.

둘의 인생 역경은 너무나 닮았다. 사업실패와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들을 키워온 점부터 우연히 동 주민센터를 찾아 재활의 기회를 얻은 것까지…. 이들은 2005년 달서구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먹거리 나누기 사업단'에 참여해 나란히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땄고 이후 1년 2개월간 한정식전문요리실습 과정을 수료했다.

서씨는 "동생(이씨)을 자활센터에서 만났는데 처지가 비슷해 그런지 금세 친해졌다"며 "동생이 우리 아파트 옆동으로 이사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함께 '꼭 식당을 차리자'는 꿈을 가졌고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3년간 매진했다. 10원이라도 허투루 쓰지 않고 꼬박꼬박 저축해 1천500만원으로 구내식당 운영권을 따냈다.

이씨는 "10년 전 고작 33세에 남편과 사별한 후 살길이 막막했는데 언니를 만나 함께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게 가장 잘한 일"이라며 "당시에는 아이들만 아니었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겁난다"고 말했다.

지난날 큰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이 더욱 소중하다는 서씨와 이씨.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희망없이 좌절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에요."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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