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이 한가닥…진화하는 섬유

입력 2009-01-31 06:00:00

2008 베이징올림픽 수영에서 우리나라에 수영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안긴 박태환, 금메달을 8개나 따낸 미국 펠페스의 공통점은?

헤라클레스 뺨치는 근육질 몸매, 잘생긴 외모에다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량을 소화해내는 성실함을 말하면 90점 정도짜리 답안지이다. 영국 스피도사의 '레이저 레이서' 수영복을 입었다는 것까지 말해야 100점 답변.

영국의 한 연구소가 세계적인 수영선수 400여명의 몸을 3D 입체 패턴으로 측정해 제작했다는 이 수영복은 물의 비중보다 가벼운 특수소재 '레이저펄스'와 '레이저 내널스'를 사용하고 원단 전체에 무봉제 기술을 실현, 물의 저항력을 최소화함으로써 이번 대회에서 '신기록 수영복'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타는 전용차 '오바마모빌'의 타이어코트. 산업용 특수섬유로 제작돼 대전차 지뢰에도 견딘다. 타이어가 다 떨어져 나가도 수십㎞까지 달릴 수 있다.

섬유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섬유를 의류나 패션으로만 생각하면 원시인 취급받게 된다. 단순히 진화하는 단계를 넘은 지는 오래다. 운동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키는데 첨단섬유 소재는 필수. 나아가 플라스틱, 금속이나 콘크리트가 하던 역할까지 대신하고 혈관 소재 등 의료용으로도 각광받는 귀한 몸이 되고 있다.

◆최첨단 기능성 의류의 봇물

생활의 질이 개선되고 쾌적함과 안락함 및 기능성을 추구하면서 섬유는 고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변신하고 있다. 웰빙붐을 타고 '1초 안에 땀을 배출하는 옷'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고어텍스는 이제 방풍복, 골프웨어, 스키복 등은 물론 생활복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재가 됐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티셔츠, 포옹하면 느낌이 전달되는 셔츠, 혈압관리 팬티, 변비를 해결해 주는 특수복, 칼에 찔려도 끄떡없는 보호복 등 최첨단 기능성 의류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최첨단 의류가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의류업체들이 기존의 의류만으로는 수익성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올림픽이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은 선수들만 기량을 겨루는 게 아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스포츠업체들 역시 고기능성 신소재와 신기술을 특별 적용한 경기복을 통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들이 스포츠 스타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는 것도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섬유의 변신은 자연의 모방에서

홍합의 접착력은 폭풍우에도 끄떡없다. 딱정벌레의 단단한 껍데기는 갑옷을 능가한다. 이처럼 생명체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능력은 끝이 없다. 이 같은 능력을 섬유가 받아들였다. 엉겅퀴 씨앗이 강아지털에 붙은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것이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이다. 오늘날 벨크로는 옷소매에서부터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 안의 도구를 고정시키는 데 이르기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아마존강에 사는 '몰포나비'의 화려한 색깔은 '몰포텍스'라는 섬유소재로 개발됐다. 고급차의 시트나 코트, 페인트와 화장품으로 상용화됐다.

거미줄을 응용해 만든 인공 거미줄 섬유는 인공힘줄, 인공인대, 수술용 봉합사 등 특히 의료분야의 기술혁신을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방탄복이나 낙하산 등 군용품은 물론 고급 직물소재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빛을 발해 색깔이 변하는 비단벌레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오토크로믹 섬유는 야간 형광섬유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다.

◆섬유 혁명은 어디까지?

섬유는 IT(정보기술)와 만나 스마트 섬유를, BT(생명공학기술)와 만나 메디컬 섬유, NT(나노기술)와 만나 나노복합섬유를 탄생시켰다.

21세기 초입부터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 스마트 섬유는 특수 소재나 컴퓨터칩을 사용해 전기신호나 데이터를 교환하거나 외부 디지털기기와 연결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특수 기능의 섬유소재(인텔리전트 섬유)로 만들어진 옷 속에 초소형 컴퓨터 칩이 내장돼 각종 디지털기기와 의류를 결합시켰다. 옷을 입은 사람의 생체 정보를 파악하는 섬유나 비타민 캡슐이 부착된 셔츠, 박테리아를 이용해 자연적으로 세탁하는 옷 등으로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온도조절이 가능한 섬유도 주목을 받고 있다.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을 때 이를 자동 조절해 항상 일정한 온도환경을 유지해주는데 우주 비행사들을 위한 우주복으로 사용된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일반 의류용 섬유보다 월등히 강하고 고열에 견딜 수 있는 고성능 슈퍼 섬유도 눈길을 끈다. 파라아르미드 계열의 슈퍼 섬유는 그 단면적이 불과 1㎟ 정도의 가느다란 직경의 실(필라민트)로 만들어도 나일론의 3배 정도인 350㎏의 무게를 들어올릴 수 있는 강도를 가지며 분해 온도가 500℃에 달한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가 4분의 1에 불과하나 그 강도는 10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는 보잉사의 '787' 비행기 기체에 사용돼 연비를 크게 향상시켰고, 앞으로는 자동차 부품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나노섬유는 미국 MIT와 듀폰 등 민간 기업들 주도로 첨단 정보기술(IT) 및 바이어 기술이 결합된 군복 등으로 개발 중이다. 무선통신 신호를 전달하고 유해물질을 감지해 의약품을 투입하며 주위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색상을 바꾸는 기능을 갖고 있다.

굵기가 머리카락의 500분의 1에 불과한 첨단 소재로 나노실을 활용할 경우 섬유를 현재보다 100분의 1 정도로 가늘게 만들 수 있다. 보온성, 통기성 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고급 옷을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신장이나 심장, 인조혈관, 인공신장 투석망 등 첨단 의료용품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