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박물관 엑스포展 / 계명대 행소박물관 / ~1.31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미적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면 지역의 대학 박물관들을 돌아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에 대한 감각성을 일깨워줄 만한 곳이 꼭 이름난 전시회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화제가 되는 큰 전시라고 걸작들로만 구성된 것도 아니고 흥미를 유발시킬 볼거리가 많아야 반드시 깊은 인상을 얻고 오는 것도 아니다. 마침 겨울의 조용한 캠퍼스 안에서 대구시 박물관 협의회가 주최하는 연합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있는데, 지역에 소재한 13개의 박물관들이 참여한 계명대 행소 박물관의 특별전은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성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전시다. (아쉽게도 이 전시는 31일 끝나지만 유물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각기 박물관의 상설 전시를 통해 선보일 것이다)
공사립 박물관의 상설전은 대개 입장료 부담이 적고 언제나 쉽게 가볼 수 있다. 상설전도 관람객들의 학습과 감상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세심한 배려를 하는데, 실내의 조명에서부터 유물의 진열방식이나 안내문의 게시 등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의 꼼꼼한 손길을 거친다. 이들의 활동은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할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미학적인 차원에도 무게를 둔다. 관객의 요청이 있거나 혹은 미술관 자체의 일정에 의해서 해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그러나 여기서 개념적인 지식을 얻으려하기보다 스스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감상의 취미를 기르는 것이 낫다.
행소박물관 상설 전에서는 잘 정리된 선사시대 유물들이 먼저 눈길을 끈다. 구석기와 신석기, 청동기와 철기 시대를 이어오면서 일어난 각종 도구와 그릇의 발달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또한 품질 좋은 고려청자와 아주 현대적인 자유분방한 장식 그림이 든 분청사기들, 청아한 조선 청화백자의 매우 우수한 컬렉션이 특별하다. 다양한 종류의 기형과 갖가지 문양의 예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고 색상이나 보관상태가 훌륭해서 마음껏 눈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인접한 계명문화대 유물전시관과 함께 둘러보면 도자기 감상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이런 보배들 한쪽에서 또 미니어처 같은 불조각상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기 양식의 아름답고 단아한 금동조상들은 그 균형미와 세련된 조형미가 종교와 관계없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비록 아주 작은 크기지만 크게 확대시키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완전한 비례가 정일함에 녹아들어있다. 안면의 표정과 수지의 형태, 의습의 세부 표현이 많이 마모된 상태라도 고유의 형식미를 알아보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온전하게 전하는 큰 조상이 별로 없는 사정은 우리 고대 조각미의 원형을 그대로 확인시켜주는 이 작은 것들을 더욱 귀하게 느끼게 한다. 현대미술과는 다른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예술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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