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보다 편한' 대학기숙사…시설 고급화 경쟁

입력 2009-01-29 08:50:18

지역 대학 기숙사들이 최첨단 시설을 갖추는 등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24시간 냉난방 시스템 완비에다 화장실 비데 설치, 스카이라운지와 피트니스클럽·전용 도서관·어학실습실·시네마룸 구비 등 요즘 대학 기숙사는 '규율과 통제 속의 잠만 자는 숙소'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다.

이는 각 대학들이 우수 신입생 유치를 위해 기숙사 시설 고급화 경쟁에 뛰어드는 등 학생들의 복지증진에 나선 결과이다.

다음달 개관하는 영남대 향토생활관은 지자체 출연금을 포함, 모두 154억여원이 투입됐다.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의 이 기숙사 시설은 화려하다. 33㎡(10평) 남짓한 방에는 인터넷 전용선이 깔려있으며, 24시간 더운물이 쏟아지는 샤워실이 딸린 화장실은 기본. 전용독서실과 스카이라운지·여가활동실·세미나실·대강당 등 각종 위락·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른 학교 기숙사도 화려하기는 마찬가지다. 2006년 완공한 경북대 향토생활관은 방 3개와 응접실·화장실·빨래실 등이 있는 아파트형으로 지었으며, 손혈관 인식기라는 최첨단 자동개폐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계명대 국제학숙동에는 167실의 호텔급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해 방별 에어컨 및 발코니와 멀티미디어실·시네마룸·스터디룸과 함께 별도의 주차공간과 헬스클럽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으며, 대구대 기숙사인 비호생활관에는 1인실까지 등장해 학생들의 학습여건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기숙사의 외형적인 화려함을 넘어 이를 영재교육이나 외국어 캠프, 인성교육 등의 다목적 공간으로도 활용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계명대는 2002년 영어 전용 기숙사인 '켈리하우스'를 만들었다. 180명이 생활하는 이곳에는 외국인 교수 6명이 전담해 자연스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켈리하우스에 대한 반응이 좋자 학교는 중국어 전용 기숙사인 '클릭하우스'와 일본어 전용 기숙사인 '지쿠하우스'도 잇따라 설립했다.

대구가톨릭대 기숙사 장단기 외국어연수 프로그램도 '입주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다. 매년 200여명의 학생을 교육하는 이 프로그램은 해외어학연수 못지않게 어학실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계명대 한 관계자는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원어민 수준의 어학실력으로 향상시키자는 의도에서 설립한 외국어 전용 기숙사에 대한 반응이 좋아지면서 각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며 "몰입식 영어교육과 전담 외국인 교수와의 고품격 영어교육을 통해 외국교환학생 선발시험 합격자의 90% 이상을 켈리하우스 출신이 차지할 정도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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