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토 볼라뇨 지음/김현균 옮김/을유문화사 펴냄
을유세계문학 전집 열 일곱 번 째 책이다. 백과사전 형식을 빌어 가상의 아메리카 극우 작가 30명의 삶과 작품세계를 해설한 소설이지만 소설처럼 보이지 않는다. 말미에 작가 사전과 그럴듯한 참고문헌 목록까지 있어 무슨 연구서나 자료집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완전히 허구이며 소설이다.
소설이 그렇듯 여기서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단순한 거짓말, 쓸모없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보르헤스가 '불한당들의 세계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은이 볼라뇨는 환상과 현실을 절묘하게 뒤섞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픽션임에도 통렬한 비판적 힘을 지닌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작가들은 모두 극우 광신자들, 인종주의자들, 반미치광이 깡패, 파시스트들이다. 아르헨티나 작가가 여덟 명이고 미국 작가도 일곱 명이나 된다. 그들은 2차 대전 이후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으며 실존 인물들과 소통한다. 어떤 이는 아돌프 히틀러와 찍은 기념 사진을 간직하고, 어떤 이는 치근거리는 동성애자 앨런 긴즈버그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등장 인물들은 이른바 나치 작가들이며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문학적 상상력으로 파시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나치의 시대는 가고 없지만, 그들은 문학 결사를 조직하거나 읽히지도 않을 책들을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등장인물인 작가들 가운데 일부는 20세기 말을 지나 21세기 초, 중반까지도 살아서 소설을 쓴다. 이를 통해 지은이는 먼 미래에도 파시즘 문화가 소멸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280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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