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고용지원센터 실업인정 담당 박경옥씨

입력 2009-01-28 06:00:00

"더 이상 저를 찾는 민원인들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설날이 지나 더 불안합니다."

포항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실직자들과 상담하는 업무를 맡은 박경옥(33)씨는 "많은 기업들이 설을 쇤 뒤 본격적인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불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연휴를 보냈다"고 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들의 평소 구직활동상을 들어보고 구인업체와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것이 박씨의 주 업무. 따라서 그가 만나는 민원인은 전부가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박씨는 "실업급여를 받던 분이 취직해서 '더 이상 (실업급여를) 안받아도 된다'고 말할 때가 가장 기분 좋다"며 "그러나 요즘은 그런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앉아 있으면 고용동향을 훤히 알 수 있죠. 저를 찾는 사람이 많으면 감원이 많다는 것이고, 제가 한가해지면 산업이 활기를 띈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됩니다."

이런 말은 통계치에서 그대로 입증됐다. 경제사정이 나았던 지난해 10월 이전까지 박씨가 담당했던 민원인은 하루 평균 40명 가량이었지만 12월에는 100명, 이달 들어서는 벌써 140명이나 된다. 포항종합고용센터 전체로는 요즘 매일 100명의 신규 실직자가 접수되고 있다는 것.

박씨는 또 그동안 감원무풍 지대로 여겨졌던 영덕, 울진 등 농어촌 지역에서도 이달 들면서 주당 30명 가량의 신규 실직자가 발생, 대규모 실직사태가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보편화·일반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자신도 일자리 얻기가 가장 힘들었던 외환위기 사태 직후 학교를 졸업하고 마음고생했던 '백수' 시기를 보내다 취직(1999년 7월)했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구직을 포기하지 말고 고용지원센터를 출입하다보면 의외로 쉽게 일자리를 얻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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