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자 읽기]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외

입력 2009-01-28 06:00:00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최시한/문학과 지성사 펴냄

다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청소년 성장소설이다. 일기체 형식으로 씌어진 이 소설은 예민한 청춘들이 교육현장에서 겪게되는 번민과 방황을 섬세하게 그려내고있다. 이 책을 읽노라면 지난날 청춘의 어느 한 귀퉁이를 보는 것같아 가슴이 아리다. 그리고 그립다.

공부보다는 책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 선재. 그에게 세상은 받아들이기 힘든 곳이다. 온통 모순 투성이 일뿐이다. 개성보다는 보편타당함을 강요하는 누나와 학교. 그리고 선재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학교 친구들. 별종으로 취급 받는 친구들 몇 명이 선재와 교감을 나눌 뿐이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저항하고 반항하면서 조금씩 남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성장하려는 청소년'과' 모순적 환경의 사회'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그 대립과정에서의 성찰과 모색을 통해 청소년들은 성장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1996년에 나온 소설의 개정판이다. 203쪽. 8천원.

김순재기자 sjkim@msnet.co.kr

#종의 기원=찰스 다윈 지음/송철용 옮김/동서문화사 펴냄

다윈의 '종의 기원'은 생물의 진화론을 확립시켰을 뿐 아니라 사상학적으로도 획기적인 기준을 세운 고전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함께 인류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책으로 꼽힌다.

1859년 '종의 기원'은 전문 14장으로 출판된 뒤 1872년 1장이 추가됐다. 내용은 생물의 진화를 인위선택과 자연선택설로 설명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윈은 길게 뻗은 나뭇가지와 비슷한 도표로 진화를 설명했다. 인간은 무수히 많은 생물체와 똑같이, 나뭇가지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계각국에서는 다윈을 기념하고 재조명하는 행사가 연이어 열리거나 계획되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도 진화론과 창조론의 '화해' 분위기에 싹을 틔우고 있다. 영국성공회는 "다윈을 오해하여 그에게 잘못된 대응을 한 것을 사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탈리아 그레고리안대와 미국 노터데임대는 올해 바티칸의 후원으로 '종의 기원'을 논의하는 국제학술회의를 열 계획이다.

이 책은 송철용 중앙대 교수가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출판한 한국 최초 완역판이다. 다윈의 생애와 사상은 별도로 묶었다. 656쪽, 1만원.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펴냄

2009 신춘문예 당선시집에는 전국 9개 주요 일간지 신춘문예 시(9명), 시조(5명) 부문 당선자들의 당선작과 신작시, 당선 소감과 심사평이 실려 있다. 행간마다 문단에 첫발을 내딛은 시인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적 긴장이 가득하다는 평가다. 전국 주요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작을 한꺼번에 실음으로써 신인들의 시적 경향과 역량도 가늠해 볼 수 있다.

2009 신춘문예 시 당선 작품들은 반어적 발상을 통해 일상에 숨겨진 대상을 개성 있는 언어로 변주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올해 신춘문예 당선 작품들은 현실과 맞물리지 못하는 실험정신이나 실패한 은유로 채워진 판타지적 경향이 줄어드는 대신 현실을 역동적으로 체감하거나 강하게 끌어당겨 미적으로 형상화하려는 시도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최정아의 '구름 모자를 빼앗아 쓰다'는 활달한 상상력에서 터져 나오는 내면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해 예술적인 즐거움과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일보 당선자 민구는 시적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 일상어의 중력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고, 경향신문 당선자 양수덕은 치밀한 묘사와 참신한 비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쪽, 9천원.

조두진기자

#겨울의 유산=다치하라 마사키 지음/김형숙 옮김/한걸음더 펴냄

다치하라 마사키는 일본 문단의 대표 작가다. 1951년 처녀작 '늦여름 혹은 이별곡'으로 등단한 후 '하얀 양귀비'로 제1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다. 이 후 한일 혼혈과 퇴폐의 미(美)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쓰루기가사키'로 문단의 호평을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의 거두로 입지를 굳힌다. 1968년엔 '요미우리신문'에 연재한 소설 '겨울여행'이 대중적 공감을 얻으며 '백만 독자를 울린 언어의 연금술사'란 별칭을 얻는다. 하지만 그는 자전적 소설 '겨울의 유산'을 발표하기 전까지 본인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가장 일본인다운 작가가 한국인이란 것이 밝혀지자 일본 문단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곧 문단은 그를 인정한다. 일본문단에서 '겨울의 유산'은 '강렬한 기백이 관통한 선(禪) 소설의 정수'로 알려진다. 그의 작품 중 가장 한국적 색채가 강한 겨울 유산은 그의 암울했던 유년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일본으로 이주 등 그의 생애에 점철된 어두운 과거가 주를 이룬다. 그 과정 속 선(禪)에 천착한 그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에 심취하며 중세의 미적 이념을 추구한다. 일본 선불교가 정착된 시기가 중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는 민족갈등을 넘어 근원적 선 이념을 모색하고자 했다. 292쪽,1만1천원.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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