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사이하(27)씨는 요즘처럼 하루가 길게 느껴진 적이 없다. 하루만 더 참으면 보고 싶었던 고향 친구들을 실컷 만날 수 있지만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
경남 창원에서 일하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25일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가 스리랑카 근로자 1천여명을 대상으로 여는 '이주 스리랑카 노동자와 함께하는 설 한마당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오기 때문이다. 사이하씨는 "명절 때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PC방이나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설 행사 덕에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스리랑카 현지 가수 16명이 초청돼 잔치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설 맞이 행사가 대구 곳곳에서 열려 설 명절을 더욱 풍요하게 하고 있다.
대구 서문중국인교회는 24일부터 사흘간 중국인 근로자 50여명과 함께 경남 합천으로 떠난다. 그곳 교회 수련원에서 설날맞이 예배를 갖고 수련회를 연다. 김성학 목사는 "이번 수련회에는 퀴즈대회, 공동체 훈련, 공놀이 등 풍성한 선물과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며 "명절 때면 고향이 더욱 그립기 때문에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구민교회는 25일 오전 10시부터 교회에서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이 참석하는 '설날맞이 음식만들기' 행사를 연다. 이날 참석자들은 중국, 캄보디아, 필리핀 등 세계각국의 만두와 국수 등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이들과 함께 민속놀이도 체험한다. 교회 관계자는 "한국 명절이지만 다문화 가족과 외국인 주민에게 우리 것만 강요해서 안 된다"며 "다 같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화교회도 25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 근로자, 주민 등 300여명이 어울리는 '다문화 설 잔치'를 연다. 참석자들은 윷놀이, 제기차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기고 떡국, 약과 등 한국 전통음식도 맛본다. '깜짝 초대장'을 받은 필리핀 결혼이주여성 누엔리(22)씨는 "남편과 둘 뿐이라 항상 명절 때엔 쓸쓸하게 보냈다"며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 친구들을 많이 사귀겠다"고 말했다.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모두가 풍성해야 할 명절에 외국인 근로자들은 외롭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명절 행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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